이번 추석 명절에는
이번 추석 명절에는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7.09.2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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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 김기원<편집위원>

내일부터 추석연휴가 시작된다. 그것도 장장 10일이나.
정부가 휴일이 아닌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10월 9일 한글날까지 황금연휴가 되었다.

학업과 직장과 생업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살던 형제자매들이 부모님 계신 곳으로, 그동안 소원하게 지냈던 친척들이 고향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하여 벌초행렬로 붐비던 고속도로와 국도가 귀성행렬로 심한 몸살을 앓을 것이다. 그렇게 조상 유택을 찾아 술잔을 따르고 벌초를 하고 봉분을 손질하는 후손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고생길을 감내하며 귀향하는 이 땅의 선남선녀들, 그들이 있어 추석은 아름답고 정겹다. 아니 그래서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 벌초는커녕 차례도 안 지내는 집안도 많고, 연휴가 시작되자 보란 듯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자유인(?)들이 허다하지만.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음력 팔월 보름날을 추석(秋夕) 또는 한가위, 가배(嘉俳), 중추절(仲秋節)이라 부르며 설명절과 함께 민족의 최대명절로 기리며 살았다. 추석날 아침이면 온 가족이 모여 햅쌀로 빚은 송편과 햇과일과 조상이 즐겨 드신 음식을 차례상에 차려놓고 조상들의 음덕에 감사하고, 조물주에게 추수감사의 예를 정성스레 올렸다.

그랬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처럼 추석빔을 차려입고 즐겁게 먹고 마시며 마을 주민들과 윷놀이도 하고 강강술래도 하고 줄다리기도 하면서 천고마비의 호시절을 즐겼다. 정부도 이처럼 면면히 이어온 민족의 미풍양속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추석날과 추석날 전·후일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해 국민과 함께 경축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공휴일만 있고 추석은 없는, 박물관에나 가야 추석을 볼 수 있는 이상한 나라가 되었다. 추석의 본질은 뭐니 뭐니 해도 가족과 가정과 공동체의 행복에 있다. 문제는 추석을 기려야 할 가족과 가정이 해체되고 있고, 함께 기쁨을 나눠야 할 공동체 구성원들이 외딴섬처럼 사는데 있다.

그러니 명절 분위기가 날 리 없다. 가족은 혼인과 혈연과 입양으로 맺어진 부부, 부모, 자녀, 손주들을 이른다. 핵가족, 한 부모 가족, 대가족, 재혼 가족, 조손 가족, 다문화 가족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가정은 이들이 끈끈한 정을 나누고 서로 의지하며 생활하는 생활공간을 이른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이혼을 식은 죽 먹듯이 하고 자식 낳기와 부모 봉양하기를 꺼리는데다가 혼자 사는 혼족들이 급속도로 늘어나 가정 없는 기형사회가 되고 있다. 가족과 가정이 이러하니 지역 공동체인들 온전할 리 없다.

벌초문화도 곧 사라질 것이다. 화장문화가 정착되었고, 아들이든 딸이든 하나만 낳는데다가 4촌 형제도 귀하다보니 조부모 산소는커녕 부모 산소도 돌보기 힘들 테니까.

우리사회의 버팀목이 되어준 가정교육이 사라지고 있다. 주로 밥상머리에서 이루어진다 하여 밥

상머리교육이라 불리는 그 가정교육이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다 보니 밥

상머리교육을 할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없어서이고, 일등지상주의에 매몰돼 자녀들을 학교와 학

원으로 내몰고 있어서이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와 용기뿐만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는 마음, 그리고 어려움을 극

복해내는 정신력과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법을 가정을 통해 전수받는데 가정이 해체되고 있

으니 우리 사회가 중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선 친척도 가족의 일부였다. 그런 친척이 경조사 때나 볼 수 있는 이웃사촌보

다 못한, 서먹하지만 `친한 척하는 게 친척'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가족도 남도 아닌

애매한 존재가 되었다.



각설하고 이번 추석엔 애써 하늘을 바라보자.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보며 소원도 빌어보고 존

재감을 잃어가고 있는 가족과 가정과 친척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자. 내 가족과 내 가정

은 무탈하고 화목한지, 친척들은 안녕한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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