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한가위의 유래와 보름달의 교훈
추석 한가위의 유래와 보름달의 교훈
  • 김명철<청주 서경중 교감>
  • 승인 2017.09.2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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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김명철

한자로 가을 추(秋) 저녁 석(夕)으로 표기되는 추석은 가을의 한가운데 달이며, 또한 팔월의 한가운데 날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한가위'로 민족 고유의 으뜸이 되는 명절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발행한 한국 세시풍속 사전에 따르면 `추석을 가배(嘉俳), 가배일(嘉俳日), 가위, 한가위, 중추(仲秋), 중추절(仲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도 한다. 가위나 한가위는 순수한 우리말이며 가배는 가위를 이두식의 한자로 쓰는 말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추석의 기원이나 유래에 관하여 정확히 밝혀진 내용은 없다. 다만 옛날 옛적부터 있었던 인간의 달에 대한 신앙에서 유래한 것으로 짐작한다.

고대 사회에 있어 태양의 존재는 변함없이 세상을 밝혀 주는 귀하고 당연한 존재였다. 그러나 달은 매일 자신의 모습을 바꿔가며 밤을 지켜주는 신비한 존재였고, 한 달에 한 번은 보름달을 이루어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혀 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인간에게 있어 밤은 언제나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다. 캄캄한 밤 두려움에 떨고 있던 인간들에게 환한 보름달은 그만큼 반갑고 고마운 존재였다. 때문에 인간들은 보름달 환한 달밤에 그동안의 두려움을 떨쳐 버리듯 축제를 벌이게 된 것이다.

1년 보름달 중 가장 큰 보름달이 뜨는 8월 15일을 민족의 명절인 추석으로 지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 아래에서 풍성한 결실을 낳아준 자연과 신 앞에 먹고 마시면서 축제를 즐기는 것이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로 자연스럽게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때 줄다리기, 씨름, 강강수월래 등 우리 민족 고유의 민속놀이가 탄생하고 민족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한가위가 민족의 명절로 자리 잡은 기원에 대해서는 `삼국사기'에 기록돼 있다. `신라 제3대 유리왕 9년(서기 32년)에 왕이 6부를 정하고 왕녀 두 사람으로 하여금 각각 부내의 여자들을 거느리게 하여 두 패로 가른 뒤, 편을 짜서 7월 16일부터 날마다 6부의 뜰에 모여 길쌈을 하는데, 밤늦게야 일을 파하고 8월 15일에 이르러 그 공이 많고 적음을 살펴 가지고 지는 편은 술과 밥을 장만하여 이긴 편에게 사례하고 이에 온갖 유희가 일어나니 이것을 가배라 한다'고 하였고 또 `이때 진 편의 한 여자가 일어나 춤을 추면서 탄식하기를, 회소회소라 하여 그 음조가 슬프고 아름다웠으므로 뒷날 사람이 그 소리로 인하여 노래를 지어 이름을 회소곡이라 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추석은 그동안 농사를 잘하게 해준 것을 감사하는 추수감사절이며 농사의 결실을 보는 뜻 깊은 날이다. 아울러 한해 농사의 마무리를 하고 또 이듬해의 농사가 잘되기를 기리며 준비하는 시기로서 깊은 의미가 있다. 농경사회에서 보름달은 농사의 풍작을 비롯해 풍요 다산을 상징하여 대단히 중시된다. 보름달은 곡물로 치면 수확 직전의 곡식과 열매의 속이 꽉 찬 모습이다. 그래서 추석을 달의 명절이라 한다. 아울러 달은 `차고 기움'이라는 순환을 반복한다. 마치 농사에서 씨를 뿌리고 싹이 나서 만개하여 열매가 익으면 거두어들이는 이치와 비슷하다. 우리네 삶의 현장도 이처럼 태어나서 자라고, 또 비우고, 채우기를 반복하는 변화의 연속선상에서 생성과 소멸의 지혜를 얻어야 할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물질 만능의 풍요와 가득 찬 보름달의 교만함 보다는 달빛으로 어둠을 밝히듯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이웃을 섬겨야겠다. 점점 줄어드는 자신의 모습을 알고 낮은 곳을 비추는 겸손한 달의 모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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