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사탕
알사탕
  • 하은아<증평도서관 사서>
  • 승인 2017.09.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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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하은아

어릴 적에 같이 놀 친구가 없으면 큰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화장실도 꼭 친구 한 명과 손을 잡고 가야했다. 혼자 있는 모습을 들키기 싫어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어갔으며, 친구들의 말은 누구의 말보다 중요했다. 그런 나에게 있어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짐을 뜻했다. 중학생이 되고 화장실에 혼자 갈 수 있었고 대학생이 되고 나서 밥도 혼자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혼자 무엇을 한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어른이 되었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알사탕 하나를 집어든 아이의 모습을 보았다. 어떤 맛일까 가늠하는 것인지 아님 어떤 구술인가 살펴보는 것인지 고민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도서 `알사탕'(책 읽는 곰·백희나 저)을 만났다. 그림책 `구름빵'으로 유명한 저자 백희나의 새 그림책 `알사탕'의 표지는 그렇게 그려져 있다.

친구가 없는 동동이는 오늘도 구슬치기를 혼자 하고 있다. 친구들이 말을 걸어 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동동이를 보니 친구 없이 혼자 덩그러니 있을 때 불안해하던 초등학교 시절 내가 떠올랐다. 괜스레 나는 혼자 멋쩍어 동동이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친구도 사귈 수 있고 괜찮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혼자 중얼거린다.

동동이는 그 상황이 어색해 문방구에 들려 구슬을 더 사려 하지만 문방구에서 손에 들고 나온 것은 알사탕 한 봉지다. 사탕을 입에 문 순간 들을 수 없었던 마음의 소리가 들려온다. 날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던 강아지의 마음, 잔소리만 하는 아빠의 마음, 그리운 할머니의 마음의 소리가 동동이에게 말을 걸어온다.

아빠의 잔소리 속에 숨겨진 `사랑해'라는 마음의 소리를 듣고 동동이는 설거지 하는 아빠의 허리를 뒤에서 살포시 안는다. 아빠의 서툰 사랑의 표현과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서툰 동동이의 마음이 느껴져 한참이나 그림을 보게 된다.

`나랑 같이 놀자!', `사랑해' 등 막상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말들이 있다. 그러나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동동이가 친구들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간 것처럼 그렇게 표현을 하나씩 해가야 한다. 하지만 나에게도 저런 알사탕이 있었으면 좋겠다.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옆에서 재잘거리는 딸의 마음, 옹알옹알 거리는 아들의 마음, 마음 표현이 서툰 어른들의 마음을 듣고 싶다. 그러면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를 좀 더 쉽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내 마음의 소리를 먼저 들려줘야 함을 안다. 내 마음의 소리가 달콤한 알사탕이 되어 그들도 달콤한 속삭임을 들려줄 것이다. “사랑해”, “보고 싶어”, “같이 놀자” 이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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