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거듭나야 한다
공영방송, 거듭나야 한다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7.09.2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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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KBS, MBC 두 공영방송 노조가 파업 중이다. 워낙 방송매체가 많다보니 파업의 파장이 그리 눈에 띄지는 않는듯하다. 권력에 영합해온 부역방송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면 자업자득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으나 방송의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해 애써왔던 방송인들이 있었고, 지금의 파업이 방송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갈망하는 마음이 있기에 그렇게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1987년 방송민주화 운동이후 30년이 흐른 지금도 그때와 똑같은 구호를 외치며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겠다는 그들의 절규는 애처롭다. 언론인으로 대우받기는커녕 세월호 취재현장에서, 촛불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쫓겨나는 비애를 안고 지금까지 버텨온 그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 9년 동안 우리나라의 공영방송은 철저히 망가졌다. 군부독재 시절엔 힘으로 억누르는 무시무시한 폭력적 탄압이 있었으나 자유언론, 공정방송을 향한 저항의 불씨는 살아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근혜 정권에서는 그 저항의 불씨마저 철저히 파괴해 버렸다. 권력은 공영방송에 몸 담아온 자들 중에서 입맛에 맞는 자들을 경영진으로 골라 하수인으로 삼았다. 내부를 아는 자들의 소행은 더 철저하고 무서웠다.

군부독재 시절의 사장들도 하지 못한 악행들을 그들은 선배라는 이름으로 서슴없이 자행했다. 뻔히 재판에서 질줄 알면서도 정권의 눈에 난 PD와 기자들을 해고했고, 직무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부서로 발령을 내서 못 견디고 회사를 떠나게도 만들었다. 그들이 저지른 말로 다하기 어려운 언론탄압의 실상은 전 세계에 내놔도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부끄럽기 짝이 없는 비열한 행태였음에도 자신의 영달을 위해선 서슴지 않았다.

그들이 KBS 사장 고대영이고, MBC 사장 김장겸이다. 두 방송사가 3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데도 그들은 임기 중이라는 이유로 버티고 있다. 그러나 내심으론 니들이 아무리 파업을 해도 국민들이 쉽게 너희 편을 들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는 듯하다. 실제로 거대 공영방송 두 방송사가 동시파업을 벌이고 있는데도 방송파행의 파급효과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방송매체가 기하급수로 늘어나 채널이 많아진 점도 있겠으나 시민들이 공공성,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지상파 공영방송에 대한 기대를 접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민들이 KBS와 MBC를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공영방송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권에 영합하기 위해, 광고유치와 시청률 경쟁을 위해 편파방송도 서슴지 않는 매체중의 하나쯤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9년 동안 정권이 어떻게 방송을 장악해 왔는지 속속 드러나는 사실들이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정권은 경영진을 하수인으로 세워 놓은 것도 모자라 정보기관을 통해 진행자들을 사찰하고 편성과 취재, 보도에 까지 간섭해 왔던 것이다. 민영방송인 SBS 회장도 `정권의 눈치를 본 것은 맞다. 공정방송에 흠집을 냈다'며 회장직을 내놓고 소유와 경영을 완전 분리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방송과 공영방송이 이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지금 공영방송이 처한 위기는 KBS 고대영 사장이나 MBC 김장겸 사장이 그만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근본적인 치유책을 찾아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잘해보겠다고 사과하고 파업하는 악순환은 더 이상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는 정권이 공영방송을 손아귀에 넣을 수 없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어느 정권이 들어와도 방송을 좌지우지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또한 공영방송은 권력뿐만 아니라 자본으로부터도 철저히 독립되어야 한다. 광고를 팔아 공영방송을 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광고를 파는 순간 자본에의 예속은 불가피하다. 시청료와 공익광고 같은 공공의 재원만으로 운영한다는 각오를 갖지 않는 한 공영방송의 꿈은 공염불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제도를 만드는 것과 스스로 많은 것을 내려놓는 결단만이 우리가 꿈꾸는 공영방송을 이루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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