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투명사회 기틀 잡았지만 소비·서민경제 발목도 잡았다
청렴·투명사회 기틀 잡았지만 소비·서민경제 발목도 잡았다
  • 지역종합
  • 승인 2017.09.2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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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시행 1년... 엇갈리는 명암

부당한 청탁·과도한 접대관행 등 근절 `긍정 평가'

충북도 공무원 “명절때 선물 주고받지도 않는다”

농수축산물 - 유통·식품접객업 등 매출 감소 현실화

충북 화훼업계 “선물용 생화 소비 급감 … 전업 검토”

김영란법(청탁금지법,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1년을 맞아 분야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법 시행 이후 부당한 청탁과 과도한 접대 관행이 사라졌다는 긍정적 평가속에 농수축산물 소비 위축, 식품접객업·유통업·화훼업계 매출 감소 등 서민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사회학회는 20일 발표한 청탁금지법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직무관련 부탁이 법 시행 초기 때보다 줄었다는 응답자가 65.9%였으며 아니라고 말한 사람은 34.1%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65.5%는 선물 교환이 줄었다고 말했으며 `아니다'고 답한 사람은 34.5%였다.

또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법이 시행된 후 6개월간 공공기관에 접수된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건수가 2311건이었다.

특히 공직자들이 금품수수 시 반환 또는 자진 신고한 건수가 255건으로 전체 66%에 달했다. 공공기관 전체 신고건수 가운데 수사의뢰 19건, 과태료 부과대상 위반행위 통보 38건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공직사회에서 관행처럼 여겨졌던 청탁, 접대, 금품수수 등의 행위가 현격하게 근절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주지역 행정기관과 교육계 종사자들도 “청렴문화 정착을 위한 긍정적인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법 시행 이후 민원인, 학부모들의 화환, 간식, 음료수 등을 건네는 문화가 사라졌다. 공직자들의 지위를 남용한 사익 추구, 지인의 부탁을 받고 다른 부서의 업무 추진 상황을 살펴보던 관행도 현격히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회식이나 저녁 약속도 크게 줄어든 대신 점심시간 구내식당 이용이 늘어나는 등 공직사회가 변하고 있다.

충북도청의 한 공무원은 “공직사회가 경직됐다고 할 정도로 법 시행 이후 공직사회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며 “직무 관련성이 없다 하더라도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명절때 선물을 아예 주고받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지역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대학교수들은 논문 심사비를 받지 않고, 초중고 교사들은 스승의 날 친목회비로 카네이션을 구입할 정도로 교육계도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각자 계산하는 더치페이문화도 정착 추세에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행정연구원이 17개 광역 시도에 거주하는 29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식사·선물·경조사 금액이 줄거나 지불방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69.8%였다.

이처럼 청탁금지법이 청렴문화 정착에 기여하고 있는 것과 달리 농축산업, 화훼업, 자영업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농식품분야 영향과 정책 패러다임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설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 실적(주요 백화점, 대형마트 등 기준 4585억원)은 지난해 설 명절(5256억원)보다 14.4% 감소했다.

충북의 경우 과수농가, 화훼농가 등이 큰 타격을 입었다. 진천, 음성 등의 화훼와 과수농가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일부 농가는 전업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충북지역에서 화훼업에 종사하는 김모씨(60)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선물, 이벤트용 생화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화훼농가들도 재배작물을 바꾸려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상한선 상향 필요성 논란도 진행이다.

생계 위협을 주장하는 농축산업자와 자영업자는 법 개정을,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법 완화를 반대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시행령의 3·5·10 규정 한도를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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