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시달리는 충북 화장품업계
내우외환 시달리는 충북 화장품업계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7.09.20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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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충북지역 화장품업계에 드리워진 짙은 그림자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오송역에서 열린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 때 많은 관람객이 오고, 전 세계에서 바이어들이 잇따라 계약을 체결하면서 반짝 호황을 누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이번 엑스포에서 입주한 업체들의 사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청주의 대표적인 화장품업체로 성장한 한 회사는 중국 천진에 설립하려던 현지공장 계획을 미뤘다. 사드배치 이후 중국 측의 경제보복이 더욱 세지는데다, 공장설립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등 대기업도 중국 현지에서 철수를 공식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중소 화장품 업체가 이 파고를 넘기에는 무리일 것이다.

청주공항에 입주해 있는 도내 화장품기업을 비롯한 업체들의 면세점도 파리만 날리면서 임대료까지 체납하고 있다. 한때 유커들이 오가면서 화장품 쇼핑의 길목이 됐던 청주공항은 이제 사드보복 직격탄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지난 2015년 말 기준으로 충북의 화장품 제조업체 수는 113개로 경기(781), 서울(430개), 인천(200개)에 이어 전국에서 네 번째이며, 화장품생산액은 27%로 전국의 2위를 자랑하고 있다.

사드보복에도 연매출이 1500억원을 넘는 중소기업도 있을 정도로 충북의 화장품산업의 토대는 그리 허약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20일부터 LG생활건강 청주공장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은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사간 임금협상안의 격차가 작지는 않지만 LG생활건강이라는 회사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장품기업인데다 총파업을 한 적이 없는 곳이어서 지역 및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LG생활건강 청주공장의 파업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LG그룹뿐만 아니라 지역의 화장품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충북지역의 맏형 격으로 지난 수십 년간 지역산업 활성화에 앞장섰던 LG그룹 소속사의 잇따른 노사갈등으로 도민들에게 적지 않은 불안감을 주고 있다. 이 회사는 청주지역 주부들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면서 지역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곳이어서 단순한 공장 이상의 의미를 가진 곳이다.

충북도내 화장품기업들이 결실의 가을은 건너뛰고 겨울을 맞게 되는 것은 아닐지, 그리고 그 겨울이 얼마나 오래갈지 걱정을 지우기 어렵다.

이번 추석연휴가 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의 성과와 과제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노사안정을 꾀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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