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무슨 죄인가
아이들이 무슨 죄인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9.19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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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명분없이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없다. 하지만 아무리 명분을 내세워도 사회 통념상 용납을 허용하지 않는 계층이 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어린이다. 이들을 내세워 잇속을 챙기는 행위에 대해 사회는 어떤 명분도 허락하지 않았다.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일들을 봐도 그렇다. 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가 집단 휴업을 선언하고 철회하는 과정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유도 여기 있다. 애초 집단 휴업 추진을 발표한 명분은 정부가 발표한 국·공립유치원 확대 공약 때문에 생계 위협을 받고 있고, 국·공립유치원과의 정부 지원금 격차로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정부와의 원만한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해야 하는 맞벌이 가정이나 자영업자, 한 부모 가정의 애타는 심정은 관심 밖이었다. 한유총이 만약 정부와 갈등을 겪고 타협점을 찾지 못할지언정 원아들을 위해 집단 휴업만은 강행하지 말자고 결의했다면 지금처럼 학부모들이 싸늘하게 돌아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집단 휴업이 우여곡절 끝에 강행되지는 않았지만 사립유치원은 챙긴 것도 없으면서 학부모들의 신뢰만 잃었다.

여성단체인 `정치하는 엄마들'회원 10여 명은 지난 18일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대통령님, 우리도 떼쓰면 되는 겁니까'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집회에 나섰고 되려 국공립유치원을 확대해줄 것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유총을 규탄하는 글이 1만여 명의 지지를 받았다. 지난 6월에도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급식 차질을 빚었다. 충북에선 학교 64곳이 빵이나 우유, 단축수업 등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이 단체는 공무직 차별을 없애기 위해 근속수당 신설 등을 요구했지만 도교육청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수차례에 걸친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총파업을 결의했고,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됐다. 몇 년째 급식을 앞세운 파업에 학부모들은 위탁 급식 전환이나 급식 거부 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내년에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서울 강서구에서 벌어진 특수학교 설립 문제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약자인 특수교육대상 학생의 배움터를 설립하지 못하도록 큰소리치는 주민 앞에 무릎을 꿇고 학교를 짓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장애 학생의 부모 모습이 연출되는 이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가 싶다.

문제의 발단은 김성태 국회의원이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특수학교로 예정된 부지에 국립한방병원을 짓겠다며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나는 사회복지사와 노동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차별받는 장애인을 위해 일하고 싶었다. 최저생계비조차 위협받는 비정규직을 대변하고 싶었다. 당장의 끼니를 걱정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고 싶었다…순수하지만 뜨거웠던 나의 초심을 돌아보며 이 땅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영원히 사라지길 꿈꿔본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글은 특수학교 설립 문제가 터지면서 최근 삭제됐다.

사회적 약자가 편히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정치에 뛰어든 김 의원의 모습이나 어린이를 내 자식처럼 가르치겠다는 유치원 관계자들이나 초심을 잃은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어른들 말이 돈 앞에 장사 없다는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에는 돈을 앞세우지 말았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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