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예비엔날레에 부쳐
청주공예비엔날레에 부쳐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7.09.18 2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 김기원

지난 9월 13일 개막된 제10회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초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입장객도 많고 관전평도 후하기 때문이다.

10회란 횟수가 시사하듯 비엔날레를 주최하는 청주시(시장 이승훈)와 주관하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사무총장 김호일)의 그동안 축적된 내공과 노하우가 빛을 발하고 있고, 시민들의 공예에 대한 이해와 관심의 폭이 넓어진 탓이다. 전시된 공예작품의 뛰어난 예술성과 다양성에 대한 입소문도 한몫했으리라.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공예작가들이 앞다투어 참여했고, 영국 일본 등 공예 선진국들이 자국의 전시부스를 요구할 정도로 청주공예비엔날레에 대한 신인도와 지명도가 높아진 결과이기도 하다.

이번 비엔날레는 전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 `국제'라는 단어를 뺀 게 눈에 띈다.

공식 주제인 `Hands+품다'가 시사하듯 공예로 세계를 포용하는 청주라는 지역성을 부각하며,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이미 세계적인 비엔날레로 자리 매김 되었다는 자신감의 발로로 여겨진다. 그런 맥락에서 지역 예술계를 이끌어 가는 11인의 예술인을 공동감독으로 선임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또한 국내 최초로 미디어 아트와 공예를 융복합하여 공예의 지평을 넓히며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리고 지난 비엔날레를 되돌아보는 아카이브전시를 통해 공예의 진화속도를 가늠하게 한 점 등을 들 수 있다.

사실 공예비엔날레에 대한 청주시민들의 호감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청주시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주조한 인쇄 및 정보혁명의 발흥지라는 점에는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공예도시라는 데는 쉽게 동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공예거리나 공예촌도 없이 시작했으니 냉소적일 수밖에 없었고. 공예비엔날레가 들인 비용만큼 성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 탓이었다. 하여 시장선거 때가 되면 공예비엔날레 재검토론이 단골메뉴처럼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5명의 시장이 바뀌었는데도 비엔날레는 맥이 끊이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으며, 회를 거듭할수록 청주 하면 공예비엔날레의 도시로 세계 속에 각인되어 갔다. 동시에 흉물처럼 방치되었던 연초제조창과 동부창고가 비엔날레는 물론 음악회를 비롯한 각종 문화예술행사의 보고로 거듭나게 되었다.

건물 외부 벽면은 누렇게 퇴색되어 보기 흉한 몰골을 하고 있지만 매우 튼튼하게 지어졌고 천장이 높아 설치미술과 대형 공예작품을 전시하기에 용이하고, 넓은 주차공간을 끼고 있어 공예비엔날레 같은 대형 이벤트를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대형전시 공간과 예술행위 공간을 청주시가 갖고 있는 것이다.

각종 공연이 그러하듯이 공연예술에 빠져본 자가 다시 찾듯 공예비엔날레도 마찬가지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기획전과 공예트랜드를 선도하고 있는 영국 일본 등 9개국이 참여한 세계관은 압권이다. 그리고 사고파는 즐거움이 있는 `공예페어'와 `아트페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0월 22일까지 비엔날레가 열리니 기간 중에 가족들과 함께 관람하면 좋으리라. 장인정신과 개척정신과 실험정신으로 가득한 공예의 세계적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일람을 권한다.

어느 행사든 옥에 티는 있게 마련이다.

그 옥에 티까지 사랑할 수 있어야 발전하고 진화할 수 있음이다.

전시 공간의 동선이 헷갈린다는 지적도 있으나 미로처럼 설계된 동선을 찾아 관람하는 묘미 또한 이번 비엔날레의 특징이다.

행사장 곳곳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이들처럼 공예비엔날레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많을 때 청주시가 명실 공히 세계적인 공예도시로 우뚝 설 것이기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