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삼거리공원 졸품화사업
천안삼거리공원 졸품화사업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09.18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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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 에펠탑으로 유명한 프랑스 파리가 공원의 도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 면적의 6분의 1에 불과한 105㎢에 500개의 크고 작은 도시공원이 있다. 관광 명소로 잘 알려진 파리 1구의 튈르리, 6구의 뤽상부르, 19구의 뷔트 쇼몽 등은 물론 최근 12구에 지어진 파리플로랄 등 지역 곳곳의 공원들이 모두 `명작'으로 남아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놀라운 것은 파리의 공원이 모두 시민들 거주 공간에서 불과 300m 인접한 곳에 있다는 점이다. 집 대문을 열고 나가 10분만 걸으면 도달할 수 있는 아름다운 정원과 공원이 있는 도시, 파리. 부럽지 않을 수 없다.

현대 파리가 오늘날 공원의 도시로 명성을 날리게 된 것은 재클린 느부(Jacqueline Nebout, 1928~2015)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977년 초대 직선 파리 시장 자크 시라크가 임명한 여성 부시장인 그는 `공원 담당'이라는 직함도 함께 사용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그는 부시장이 되자 두 가지 목표를 정했다. 대중을 위한 대규모 도시공원을 신설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외곽 낙후지역의 삭막한 공간에 소규모 근린공원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었다.

느부가 추진한 공원 프로젝트는 대성공했다. 그가 재임했던 1977년부터 1998년까지 불과 21년간 새 공원 150개가 탄생했다. 콘크리트 같은 무기질 도시 공간을 뒤엎어 식물 요소를 도입하고 아름다운 색깔을 입혀 파리의 녹지공간을 2배로 확충했다. 오늘날 그가 파리 공원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이유다.

# 레미콘 1만㎥. 레미콘 차 1대의 적재량이 6㎥이니 1666대 분량이다. 이 어마어마한 양의 레미콘이 천안삼거리공원 땅바닥에 깔리게 생겼다. 천안시가 추진하는 천안삼거리공원 명품화사업 때문이다.

공원 땅바닥에 레미콘이 깔리는 이유는 400대 주차 규모의 지하 주차장 건설 때문이다. 천안시가 3억원을 들여 삼거리공원 명품화사업 용역을 맡겼는데 최종 용역결과보고서에 건설비가 98억원에 달하는 400대 규모의 지하주차장 건설이 포함돼 있다.

주차장 말고도 레미콘이 쏟아부어질 곳은 또 있다. 공원 한복판에 계획된 전망대다. 연면적이 2800㎡인 이 전망대에도 3000㎥, 차로 500대 분량의 레미콘이 투입된다.

천안삼거리공원에 지하주차장이 들어선다는 뉴스가 나가자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가 들린다. 시민들을 위해 천안시가 북핵에 대비한 지하 방공호를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다.

천안삼거리공원 명품화사업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돼야 한다. 멀쩡한 공원을 파헤쳐 콘크리트를 쏟아붓고 공원 한복판에 주막거리를 만들어 술판을 만들고 사방 고층 아파트 건물과 야산이 고작인 볼거리를 위해 100억원짜리 전망대를 만들어선 안 된다.

공원은 공원다워야 한다. 숲과 바람과 물이 생명이다. 시민 공청회 등 공론화도 거치지 않은 600억원 짜리 `공원 졸품화(拙品化)사업'. 2년 전 사망한 느부가 지하에서 놀라 일어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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