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스무살, 아니 만 열아홉살
너는 스무살, 아니 만 열아홉살
  • 이헌경<진천여중 사서교사>
  • 승인 2017.09.1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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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이헌경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육'이라는 주제로 학교에서 준비한 교원 연수에 참여하게 되었다. `빅데이터', `ICBM(IoT-Cloud-Big data Mobile)', `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등 강의 내용의 절반 이상은 정말 4차 산업적인 용어들로 가득했다. 내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시대는 정말 쉼 없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단어들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느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변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교육은 특히 공교육은 `공동선'이라는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꼭 공교육으로만 한정 지을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녀에게, 교사가 학생에게 어른이 우리 미래세대에게 알려줘야 할 기본적인 가치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영화`택시운전사'를 보고 나서도 그랬던 것 같다. `가슴 아프다',`속상하다'라는 감정과 함께`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교사로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출근을 하고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도서 자료를 찾아 도서실 한 코너에 관련 책들을 전시하였다. 영화를 보고 온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영화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그 분위기에 맞추어 관련 책들을 소개하였다. 영화 속 광주 시민들에게 행해진 행동을 믿을 수 없다는 아이, 역사로 믿고 싶어 하지 않은 아이,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로 다루어졌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지는 아이 등 보다 쉽게 아이들에게 책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 중 한 권인 `너는 스무 살, 아니 만 열아홉 살'은 `봄바람', `나는 아름답다'등의 작품을 통해 청소년 성장소설 작가로 자리매김한 박상률 작가의 작품이다. 더욱이 전라도 진도 출신으로 1980년 5월을 20대 청년으로 살아온 그이기에 그의 이야기가 더욱 생생하면서도 호소력 있게 느껴졌다.

그 해 봄날에 단지 그 도시에 살고, 그 시간에 그 거리에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범한 일상에서 이 세상이 아닌 저세상으로 떠난 청년의 이야기를 작가는 우리에게 들려준다. 잔혹하지도 담담하지도 않게 차근차근, 문학의 힘을 빌려 역사 교과서의 한 단어가 아닌 살아있는 역사로 풀어나간다.

더욱이 어느 날 갑자기 영문도 없이 죽어 떠난 아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어머니의 이야기와 아들 영균의 이야기가 한 장씩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구성 덕분에 한 청년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고 그 해 5월의 광주 속으로 더욱 빠져들 수 있었다.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 역사라는 단어 속에 묻어두지 말고 이제 함께 이야기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출판된 지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야기 속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듯 이십 년 후에도 삼십년 후에도 우리 청소년들에게 문학이라는 방식으로 1980년 광주의 봄을 이야기할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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