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먼저 충청북도!’ 통념을 깨다
‘장애인 먼저 충청북도!’ 통념을 깨다
  • 김영배<충북도 체육진흥과장>
  • 승인 2017.09.17 2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 김영배<충북도 체육진흥과장>

서울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연일 시끄럽다. 거세게 반대하는 주민 앞에 장애인 학생의 부모들이 무릎을 꿇었다.`장애'를 먼저 보지 말고`학생'이라고 생각해 달라는 부모들의 호소는 울림이 깊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던 현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체육도 마찬가지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그 자체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와 장애로 먼저 인식되었다. 마치 패럴림픽은 올림픽이라는 본행사가 끝난 후 장애인들을 위한 부대행사를 마련한 것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패럴림픽이 뒷전으로 밀려나 올림픽의 쓸쓸한 들러리가 된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묵인해온 통념이었고 그 통념은 패럴림픽을 장애인들의, 장애인들을 위한 축제로 각인시키고 말았다. 단단한 벽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 장애와 비장애를 연결하는 다리

충청북도가 그 통념을 깼다. 충청북도는 전국장애인체전을 전국체전에 앞서 개최하는 획기적인 일을 단행하였다. 37년 전국체전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물론 사회적 통념을 깨뜨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지만 전국체전이 끝난 후에 장애인체전을 개최하게 되면 추위에 약한 장애인 선수들이 부상당할 위험이 높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에 대한 배려는 물론이고 사회적 통념을 깬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전국체전추진단과 대한체육회의 협의가 타결되지 않자 이시종 도지사가 직접 나서기도 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행사시기가 결정되었다. 도지사는 시기협상 노력에 그치지 않고 환영사의 첫인사를 수화로 하여 개막식의 멋진 축포를 터뜨렸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짬을 내어 수화를 배웠다. 생각만큼 쉽지 않았던 수화를 배우면서 장애인과의 소통이 어렵지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실감했다는 후문이다.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고 한다. 이번 장애인체전 선(先) 개최는 장애와 비장애를 연결하고 소통하기 위한 다리가 되고자 하는 충청북도의 의지의 산물이다. 제37회 전국장애인체전은 뭔가 다를 거라는 신선한 기대를 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국체전과 전국장애인체전에 따로 쏟아졌던 관심과 참여를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통합하여 통합체전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선 개최는 진정성 있는 시도이자 그동안 깨지 못했던 통념에 대한 도전이다.



# 패러다임 전환의 시발점

드디어 제37회 전국장애인체전이 개최되었다. 장애인과 노인 등을 배려한 건축디자인으로 장애물없는 생활환경인증(BF)을 받은 충주종합운동장이 주무대이다. 1200억원을 들여 새로 건립한 충주종합경기장을 장애인선수단에 먼저 선보이고 개방한다는 점도 큰 의미가 있다. 이곳에서 장애인선수들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과거엔 전국체전의 인기와 화려함에 밀려 체전의 조연이었으나 이제는 당당한 주연으로서 올가을 역동적인 체전 분위기를 이끌어갈 주역이다.

선 개최가 순서라는 통념을 깼다면 이제 내적인 통념을 깨야 한다. 이제는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장애인선수들을 `장애인'이 아닌 `선수'로서의 모습으로 봐줄 차례이다. 장애인선수들에게서 떠올리는 키워드가 `극복'이 아닌 `열정'이었으면 좋겠다.

제37회 전국장애인체전이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스포츠라는 한울타리 안에 어우러져 공감하고 함께하는 체전이 되어 대한민국 장애인스포츠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