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법은 문화를 바꿀 수 있다
강력한 법은 문화를 바꿀 수 있다
  • 김상도<제천시선관위 지도주임>
  • 승인 2017.09.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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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김상도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강력한 법은 문화를 바꿀 수 있다. 한 예로 지난해 9월 28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시행 이후 우리나라에 당연시되던 부정청탁 문화가 주변에서 많이 사라진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최근의 살충제 계란 파동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금까지 A4용지 크기만 한 케이지에서 자란 닭과 그런 닭이 낳은 계란을 용인하는 문화 속에 살아왔으며 그러한 문화를 바꾸려는 그 어떠한 노력도 거의 하지 않았다. 어려움은 있겠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 먹거리에 있어 좀 더 강력하고 조밀한 법을 기대해본다.

강력한 법을 통해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 중 하나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규정이다. 기부행위 규정을 읽어보고 있으면 조문이 꽤나 조밀하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이 기부행위를 제한기간 없이 원칙적으로 금지하게 된 이유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 퍼져 있던 관행적이고 음성적인 선거관련 금품 등 제공행위를 효과적으로 근절·청산하여 새로운 선거 문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것임을 여러 번 밝혀왔다. 실제로 필자는 지난 대선 기간 동안 기부행위에 관한 선거법 질의 전화를 여러 번 받았다. 그 중 어느 정당이나 후보자와 관계없는 한 일반인이 교회에서 지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할 것인데 그것이 선거법에 저촉되는지를 물었다. 아니, 일반인이 지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무슨 대수인가? 그분은 아마 선거기간에는 선거와 관계없이 어떠한 기부행위도 허용되지 않는 줄 아셨던 모양이다. 일반인도 이 정도 기부행위에 대하여 알고 있으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규정은 선거와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상식으로 통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사실 지난 대선보다는 다가오는 내년 지방선거가 우리의 선거문화를 바꿀 수 있는 더 좋은 기회이다. 왜냐하면 문화는 내가 사는 생활양식을 이르는 말인데 나의 생활양식은 나의 일상생활에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을 다루는 지역 인물들에게 더 영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있을 제7회 동시지방선거는 대선이나 국선에 비하여 후보자도 많고 후보자와 관련된 사람도 훨씬 많다. 당연히 기부행위와 관련된 위법행위도 발생할 수 있다. 일반인들은 선거법상 기부행위 규정에 대해 뭘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법원이 거듭 천명하는 새로운 선거문화 풍토를 공고화하기 위해 기부행위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력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9월 마지막 주가 되면 좀처럼 없는 장기간의 추석연휴 분위기에 누구나 기분이 들떠 있을 수 있다. 추석 명절에 허용되는 것은 단지 의례적인 인사말을 문자 메시지로 보내거나 통상적으로 해왔던 지인들에게 값싼 의례적인 선물을 보내는 것 등 예외적인 것뿐이다. 참외밭에서 신발끈을 고쳐 매지 말자. 일부 의욕이 넘치는 선거관계자들이 무지에서건 또는 선의에서건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기부행위는 그것이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건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건 따지지 않는다. 살충제를 뿌린 양계업자의 행위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인지 선의에서 비롯된 것인지 중요하지 않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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