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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2.0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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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뇌물
신 달 수 <청주보호관잘소 충주지소 책임관>

지난해 연말 우리 사무실에 신규 직원이 한 명 부임해 왔다. 그 직원은 충주시의 보호관찰을 맡게 되었다. 보호관찰은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된 범죄인을 가정과 사회로 돌려보내 보호관찰관의 현지 출장방문 등 지도감독을 통해 다시 범죄를 범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런데 며칠 전 이른 시간에 성인 보호관찰대상자 한 명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 대상자는 신규 직원과 한참 동안 자신의 생활과 지켜야 할 사항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언쟁이 벌어졌다.

중년의 남자는 "나를 매달 찾아와 주는 것이 너무 고마워서 음료수라도 전해 주려는데 왜 받지 않느냐",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무시하면 안 된다"며 음료수 상자를 계속해서 내밀었다.

당황한 직원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남자의 목소리가 낮아질 쯤 직원은 말을 이었다. "제가 아저씨를 찾아다니는 것은 보호관찰 공무원으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아저씨가 고마워하는 것은 알겠지만 음료수를 받으면 앞으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보호관찰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런 것입니다"하며 음료수 상자를 다시 밀쳤다.

직원은 중년의 남자에게 제안을 했다. "아저씨의 음료수를 받을 테니 대신에 이 자리에서 아저씨와 우리 직원 모두가 나누어 마시죠." 그리고 직원은 음료수 상자를 열어 보호관찰대상자와 직원들에게 한 병씩 나누어 주었다.

"이건 제가 처음으로 받은 엄청난 뇌물입니다. 탈이 나더라도 제 원망은 하지 마십시오." 그 직원은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선배 직원들에게 농담 아닌 농담을 던졌다.

그리고 중년의 남자에게도 "저는 음료수 사가지고 오는 사람보다 성실하게 생활하는 사람을 더 좋아 합니다"라며 한마디 덧붙였다.

음료수 한 병에 보호관찰대상자의 고마운 마음과 신규 직원의 깨끗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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