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치 혀가 문제다
세 치 혀가 문제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9.12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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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튀어야 사는 세상이다. 남들과 다른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고, 남들과 다른 재능을 가져야 살아남는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직원으로 살아남는 법은 가능성 있는 분야를 찾아내 조직을 발전시키거나 미래 비전을 제시하면 된다.

정치인이 살아남는 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역구 의원이면 주민의 가려운 곳이 어딘지 살펴 긁어주고, 긁어줄 도구가 없다면 조례를 만들어서라도 주민 곁을 지키면 된다.

정치인의 튀는 행동은 때론 화젯거리로 이슈가 되기도 하지만 때론 불쾌감을 준다.

김학철 충북도의회 의원의 발언에 도민은 불쾌감을 넘어 모멸감을 느꼈다. 최악의 수해에도 유럽연수를 나섰다가 국민을 설치류인`레밍'에 빗댄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학철 의원이 또다시 도민을 우두머리의 돌봄을 받는 늑대로 비유해 비난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1일 공개 사과와 출석 정지 30일의 징계를 받아 충북도의회 본회의에서 사과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번 일을 무겁게 받아들여 오른쪽, 왼쪽을 아우르고 늑대의 우두머리가 약한 놈과 어린놈을 모두 돌보면서 가듯이 배려와 관용, 포용의 정치 길을 가겠다”였다.

도의원은 결코 벼슬자리가 아님에도 자신을 우두머리로 착각하고 도민을 어린 놈, 약한 놈으로 표현하는 오만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사람의 세 치 혀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기도 하고, 유(有)를 무(無)로 만들 수도 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세치 혀로 수재로 힘들어하는 도민을 위로하고 감싸 안을 수도 있었다. 또한 3년여 도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각종 조례를 발의해 도민의 고민도 해결해 줄 수 있었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같은 세 치 혀로 국민을 레밍으로 몰아갔고 도민을 늑대로 표현하며 자신의 행동을 구차한 변명으로 포장하는 데 급급해하고 있다.

삶의 터전을 잃고 집도 잃고 하늘이 무너져 버린 아픔으로 주저앉은 도민을 향해 손을 내밀지 못함에 머리 숙이는 것은 당연하다.

충북교육연대와 전교조충북지부는 12일 도의회가 행정문화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을 교육위원회로 이동시킨 것과 관련해 도의회의 해산과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내 이웃이 상처받고 아파할 때 손 내밀어 위로하고 보듬어 안는 것이 인간의 도리인데 그는 외면했다”며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는 태도, 사죄하는 태도도 없는 도의원은 올바른 인간 교육, 함께 행복한 충북교육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에서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 아미아 밴힐이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친구를 위해 레모네이드를 팔아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아미아는 지난달부터 여동생과 함께 마을에서`점심을 위한 레모네이드'라는 팻말을 세우고 주민들에게 과일을 팔았다. 아미아는 여름방학 기간 레모네이드 가판대를 통해 600달러(약 67만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미아의 어머니는“저소득층 학생을 위해 할인된 점심값은 약 40센트(450원)”라며 “아미아는 점심값을 내지 못해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도와주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고통 앞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아미아는 여름방학 내내 레모네이드를 팔아 고통을 나누고 싶어했지만 김학철 도의원은 어떤가? 도민의 고통을 외면한 것만으로도 도의원으로서 입이 열개 라도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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