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전에 앞서 개최되는 전국장애인체전에 부쳐
체전에 앞서 개최되는 전국장애인체전에 부쳐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7.09.1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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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사흘 후면 국토의 중심 충주에서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장애인체전)가 열린다.

그동안 관행처럼 굳어버린 `선 전국체전, 후 장애인체전'이라는 굴레를 충북도의 끈질긴 설득과 주도로 혁파하고 역사상 최초로 전국체전에 앞서 개최하는 체전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대회가 바로 이번 충주 장애인체전이다.

올림픽도 마찬가지지만 대회하기 가장 좋은 기간에 비장애인대회를 개최하고 그런 다음 마치 선심 쓰듯 장애인체전을 하는 탓에 장애인들이 열기가 식어버린 경기장에서 쌀쌀해진 날씨와 국민의 무관심과 싸우며 시합하는 삼중고를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장애인선수들은 보란 듯이 투혼을 불살랐고 인간승리의 감동들을 창출해냈다. 하여 필자는 그들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아울러 장애인올림픽도 깨지 못한 오랜 관행을 혁파하고 장애인체전을 이끌어낸 충북도(도지사 이시종)와 충청북도장애인체육회(사무처장 이중근)의 그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아무튼 9월 15일 개최되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와 10월 20일 개최되는 전국체육대회는 시·도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고장의 명예를 걸고 겨루는 대한민국의 양대 스포츠제전이다. 그 양대 스포츠제전이 충주를 중심으로 충북의 11개 시·군에서 개최되니 충북으로선 여간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충북도가 그동안 `생명중심 충북에서 세계중심 한국으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야심 차게 준비해온 만큼 좋은 결과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노파심에서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양대 체전은 선수와 코치와 심판은 물론 협회별 관계관과 응원단이 대거 몰려오는 구매력이 매우 높은 대형 이벤트이다.

올림픽과 월드컵축구가 개최국의 역사와 문화와 관광상품을 세계에 알려 관광객을 유인하고 자국제품의 수출에 기여하는 국위선양의 기회로 삼듯이 양대 체전 역시 개최도시의 구매력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양대 체전을 `화합체전·경제체전·문화체전·안전체전'에 둔 충북도의 지향성은 상찬 받을 만하다. 체전을 통해 화합을 이루고,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올리고, 중원문화의 향기를 내뿜으며, 안전사고 제로의 체전이 되게 하는 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도민들의 관심과 참여다.

충주시내 곳곳에 홍보탑을 설치하고 주경기장 인근에 아치와 꽃탑과 애드벌룬을 설치하는 등 개최분위기 띄우기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도민들의 관심을 끌기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아무리 경기장 인프라를 확충하고 주변도로를 확·포장해 접근성을 높였다 하더라도 도민들이 찾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 남은 기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2002월드컵축구 때 한국팀의 4강 성적보다 외국들이 더 경탄하고 부러워한 것은 경기장과 거리를 가득 메운 붉은 악마들의 자발적이고 열정적인 응원문화였고, 자원봉사들의 격조 높은 봉사와 국민의 따뜻한 환대였음을 상기하고자 한다.

이미 3,500명의 자원봉사자를 선발해 교육도 했고, 선수단 안전수송 대책과 숙소배정과 전문 의료인력 배치 등을 완료하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으니 잘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장애인체전을 성공리에 개최해야 사상 최초로 체전보다 먼저 개최한 의미가 퇴색되지 않고 당위성을 인정받게 될 것인즉슨 꼭 그리하기 바란다.

그러려면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제반 인프라가 확충되었는지 남은 기간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장애인선수들을 메달을 따는 기계로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장애인체전만큼은 등수노름을 하지 말고 승자도 패자도 건강과 보람과 희열을 만끽하는 축제가 되게 하자.

출전선수 모두가 인간승리가 되도록 배려하고 환호하는 대회가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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