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하는 혼례 정서
변해야 하는 혼례 정서
  • 임도순<수필가>
  • 승인 2017.09.1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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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도순

계절이 바뀌니 혼례 초대장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대부분 예식은 휴일이면서 시간대가 비슷하게 중복이 된다. 친인척이나 지인들이 예식에 초대하므로, 초대장을 받으면 참석 여부의 결정이 어려운 숙제다. 성의 표시만 할까 아니면 참석하여 축하해줄까에 대한 망설임이 생긴다.

예식 시간은 대부분 정오를 전후로 정해진 시간대다. 그래서 예식에 참석하면 다른 일정을 정하기가 애매하다. 오전과 오후 시간대가 분리되어 한가한 시간은 많아도 알차게 꾸미기는 쉽지 않다. 특히 예식이 많은 봄과 가을에는 휴일에 일정을 계획하기도 어렵다.

초대를 받으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진정으로 축하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받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빚을 졌기에 갚는다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도 한다.

너무 계산적이라는 비판도 해보는데 보통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예식장에서 가장 붐비는 장소가 접수대이다. 혼주와 축하 인사를 간단하게 나누고 옆쪽의 접수대로 향한다. 다음은 당연히 예식을 보며 결혼을 축하해야 하나 대부분은 식사 장소로 향한다. 마치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하러 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북적대는 식사 장소와는 달리 예식을 치르는 곳은 자리 채우기가 어려울 정도다. 예식이 진행되기까지 자리를 채워 달라는 방송을 몇 번이고 한다. 반면 식사 장소는 상황이 정 반대다. 대부분 참석자들이 예식 진행은 염두에도 없고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눈다.

결혼 문화가 많이 바뀌고는 있다. 예식장에서 신랑 신부의 입장에서부터 확연히 달라졌다. 속으로 감추었던 마음을 겉으로 표현함이 어색하지 않다.

기쁨을 나타내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주례의 말씀도 딱딱하기보다 간결하며 부드럽고, 양측 부모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전하게도 한다. 요즈음에는 주례가 없이 진행하는 결혼식도 많아졌다. 형식적인 주례사를 듣기보다는 신랑 신부가 서로에게 행복한 앞날을 약속하고, 양측 부모로부터 진정한 축하를 받으며 진행이 되어 분위기가 다르다.

요즈음은 스몰웨딩이 늘어난다. 예식장에는 손님이 많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변화가 일고 있다. 그동안에 혼례식에는 형식적인 면이 많이 있었다. 형식에 치우치다 보니 무리한 결과가 흔적으로 남아 후회를 낳기도 하였다. 이제는 체면 때문에 무리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형식보다는 내실에 초점을 맞추어 앞날의 행복을 꿈꾸어야 한다. 가족과 친지를 모시고 조촐하게 진행하는 진정한 축하의 장이 요구된다.

이제는 예식에 대한 기존 관념이 새로운 정서에 빠르게 변화할 때가 되었다. 지금까지 형식 때문에 부담을 많이 느꼈던 일들을 개선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예식장이 진정한 축하의 장이 되는 새 출발 장소로 자리매김하려면, 스몰웨딩이 정답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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