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원교육공동체의 꿈
미원교육공동체의 꿈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7.09.0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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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지난 6일,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미원초등학교 육영당에서 미원교육공동체 출범식이 열렸다.

이날 출범식에는 김병우 교육감을 비롯해 많은 교육관계자들과 청주시청 관계자, 지역의 학교선생님들, 지역주민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교육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 등 약 2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작은 면단위에서 열린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관심이 높았던 것은 오롯이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교육공동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원은 30여년 전만해도 청주와 보은, 괴산, 증평 등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로 제법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고, 인구도 만 천여명이 넘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구가 반이 넘게 줄어 5천여 명에 불과하고 상권도 줄어들어 쇠락한 농촌마을로 변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인구감소추세를 훨씬 앞질러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1983년 미원중학교 입학생 수는 408명이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24명에 불과했다. 현재 미원초등학교 6학년 수가 20명이어서 내년 중학교 입학생 수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고령화 사회가 되어버린 미원에선 젊은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 마을마다 애기의 울음소리가 그친지는 이미 오래다. 미원초등학교의 입학생수는 해마다 줄어 올해 입학한 1학년 어린이가 모두 13명이다. 아마 10여년 정도가 지나면 미원에선 초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중학교도 폐교의 위기에 놓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미원교육공동체 회원들은 이렇게 쇠락해가는 학교와 마을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마을 살리기에 뜻을 가진 사람들이 작년 가을부터 모이기 시작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짬을 내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였고, 이미 마을운동과 교육운동으로 소문난 지역들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배웠다. 그러면서 폐교위기의 학교를 살려내자 그 학교로 학생들이 몰려들고 그럼으로써 다시 마을이 살아나는 예를 여러 곳에서 목격했다.

그런데 그런 운동은 관에서 지원하고 예산이 있다고 해서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긴 안목으로 아무런 대가없이 자신을 던져 헌신하는 교사와 활동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미원교육공동체 회원들의 다짐은 그렇게 생겨났고, 작은 일부터 하나하나 행동으로 옮겨나갔다.

새벽같이 나와서 김밥과 샌드위치를 만들어 아침 등교시간에 나눠주며 아이들과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처음엔 서로 어색해서 피해가거나 교문을 들어서지 못하던 아이들이 이젠 반갑게 인사하며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다. 또 서로 가진 재능을 아이들과 나누기 시작했다.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고, 과학실험학원을 경영했던 경험을 살려 아이들과 과학실험을 하고, 아이들과 고전을 읽으며 서로 생각을 나누는 인문학강좌를 열고, 산과 들로 다니며 생태공부를 함께하고, 부모들이 짓는 농사를 직접 체험하게도 하는 등 아이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하나 둘 프로그램을 늘려 나갔다.

미원교육공동체 회원의 대부분은 농부다. 농부의 삶은 일의 연속이다. 그날그날 해야 할 일을 다 마쳐야 한다.

하루 일을 놓치면 그 일을 마칠 때까지 계속 밀려나간다. 농부가 시간을 놓치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는 이유다. 그런데도 그들은 공동체 모임에는 꼭 참석하도록 노력한다. 미원교육공동체 활동을 그들 삶의 우선순위에서 상위에 놓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미원농부들은 배추 심기에 열중이다. 여름내 비가 많이 와서 배추 심을 때가 늦어져 빨리 심지 않으면 배추농사를 망치게 된다. 배추를 심고나면 고라니와의 전쟁을 치러야한다. 배추 심은 밭에 그물망을 치고도 고라니를 쫒기 위해 밭에서 밤을 새우기 일쑤다. 출범식이 있던 날도 전날 배추밭에서 밤을 새운 회원까지도 모두 나와 행사일손을 도왔다. 그리고 아예 햄버거가게 문을 닫고 나오는 등 자신의 생업을 내려놓고 나온 회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이 이렇게 교육공동체에 열심인 것은 그들에겐 꿈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살기 위해 미원을 떠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미원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꿈이다. 그들은 오늘도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산다는 신념으로 한걸음씩 그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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