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권한 그리고 존중
대화와 권한 그리고 존중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7.09.07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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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석재동 부장(취재1팀)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은 불필요한 오해와 다툼을 초래한다.

7일 예산결산위원 선임을 놓고 파행을 겪은 청주시의회의 상황이 딱 그렇다. 충분한 공감대 형성 없이 자신들의 주장만 펼치는 다툼과 파행만 있었다.

이날 다툼은 황영호 의장(자유한국당)이 독단적으로 15명의 예결위원을 선임했다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황 의장은 예결위 구성 안건이 상정되자 자신의 권한대로 한국당과 민주당 의원 각 7명에 무소속 안흥수 의원 등 모두 15명을 호명했다. 의장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

시의회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청주시의회 위원회 조례'를 살펴보면 예결위원 선임은 의장이 추천하고 본회의 의결을 통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황 의장이 호명한 후 이견을 묻는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예결위원 선임을 의결했다며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예결위원으로 선임된 민주당 의원 중 일부는 전혀 통보를 받은 바 없고, 호명이 되고 나서야 자신이 추천받은 사실을 알았다며 발끈했다.

그러나 이날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자세 부재에서 불거진 다툼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황 의장으로선 예결위원 선정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는 다소 일방적인 의사진행을 한 느낌을 줬다. 이견을 제시하는 의원들의 신상 발언과 의사진행 발언에도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권한도 상대방이 동의했을 때 무리수가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민주당 의원들은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정황상 내심 같은 성향의 남연심 의원을 예결위원으로 앉혀 예결위 인적 구성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려고 한 시도가 읽힌다. 하지만 다수당인 한국당(시의원 38명 중 19명)과 황 의장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이다.

이 과정에서 황 의장과 민주당 김용규 의원은 상대방의 얼굴을 붉히게 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선임과정의 불투명성을 들어 문제를 제기하자 황 의장은 자신에게 부여된 고유권한을 행사했을 뿐이라며 서둘러 가결을 선언했고, 김 의원은 “그 권한 마음껏 행사하세요”라며 비꼰 뒤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그 어디에서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모습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오전 11시쯤 정회에 들어간 제29회 임시회 1차 본회의는 오후 4시가 넘도록 속개되지 못했다.

속절없이 흐르는 갈등의 시간 동안 시의회 안팎에서는 모친상(8일 발인)이라는 경황 중에도 본회의 진행을 위해 등원한 황영호 의장을 걱정하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피어났다.

아무리 공무(公務)가 중요해도 최소한 상주가 상가를 지킬 수 있도록 배려하는 동료애는 발휘돼야 사람 사는 도리 아니겠느냐는 따가운 눈총과 함께 말이다.

임기 1년도 남지 않은 시의원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충분한 대화'와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라는 한 시청 공무원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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