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과 아쉬움
헤어짐과 아쉬움
  • 임도순<수필가>
  • 승인 2017.09.0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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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도순

아끼던 두 번째 차(車)와 이별이다. 구석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물건을 정리하려니 마음 한 자리에서 서운함이 샘솟는다. 제한된 공간에서 음악을 들려주던 CD며 테이프, 소소하게 사용했던 물건이 생각보다 많다. 운행을 하면서 항상 벗이 되어주었는데 이제는 사용할 일이 없어졌다. 나와 인연을 맺고 14년 동안 발이 되어 전국 각지를 편안하게 돌아다니게 도와주었다. 그동안 많은 정이 들었는데 막상 헤어지려니 안타깝다. 이별에 아쉬움만 갖고 별다른 격식도 없이 떠나보낸다.

차를 구입하고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였다. 자식 셋이 객지에서 학교와 사회생활을 하며 거처를 옮길 때마다 이삿짐 운반에 한몫했다. SUV차가 아니면 별도로 차량을 임대해야 하였지만 내부 공간이 넓어 조금은 무리하면서 이용하였던 그때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안산, 청주, 서울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생활하였을 때 이 차가 없었으면 많이 불편했을 것이다. 전국 각지를 누비며 같이했던 세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함께하며 어려움도 있었다. 가끔은 타이어에 펑크가 생겨 어려움을 주고 차량 외부에 흠집이 생겨 스트레스도 받았다. 접촉사고로 생긴 흠집에서 녹이 나타나고 외형에서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게 헤어지는 원인이 되었다. 어쨌든 큰 탈 없이 나와 함께하여서 고맙기 짝이 없다. 길고 긴 세월 속에 들었던 정이 있어 쉽게 떼어지지를 않는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운전했다고 하지만 운이 좋아 별일 없이 함께해 줌에 감사한다. 서운한 감정이 앞을 가리지만 회자정리를 생각하며 이별을 고 하였다.

첫 번째 차는 94년도에 구입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인사이동에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인사 명령이 나면 타 시군으로 옮겨야 하는 실정이라 고민이 많았다. 한곳에서 10년 이상 된 직원이 대상이 되어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나도 해당하였다. 한번 자리를 이동하면 경제적으로도 부담을 주고 사회생활 패턴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그런 변화가 싫어서 가까운 이웃 시·군이면 출퇴근할 요량으로 자가용 차량을 구입하였다.

그 후로 10년을 나와 함께하였다. 처음으로 구입한데다 운전이 초보라 많이 서툴렀다. 조심조심 운전을 하지만 잦은 접촉 사고로 차에게 미안했다. 기억에 남는 사고는 좌회전을 급하게 하면서 다른 차와의 접촉으로 뒤범퍼가 떨어졌던 사고다. 인명 피해가 없어 다행이었다. 두 번째 차를 구입하며 이별을 할 때, 첫 번째라는데 의미가 더해져 더욱 아쉬움이 두 배는 된 것 같다. 만나서 큰 탈 없이 함께하였기에 고마웠고 그래서 한 번 더 생각하여 보게 한다.

세 번째 차와 만남이다. 앞으로 몇 년을 함께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최소한 10년은 넘게 같이 지내게 될 것이다. 편안하게 이동하는 수단으로도 중요하지만 함께하는 동안 무사하게 지내야 한다. 차와 내가 한 몸으로 생각하고 안전 운전은 기본이고 차량 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목적한 바를 이룰 것이다. 차량 외부도 중요하지만 내면 관리가 중요하기에 정성으로 대할 것이다. 10년 후 헤어짐이 있을 때까지 사고없이 지내다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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