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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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09.0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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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신 경 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약장사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서 색시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 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 막걸리 향이 코끝을 타고 오르듯 장날의 풍경도 걸쭉합니다. 농사일이 아무리 바빠도 장날만큼은 그냥 넘길 수 없겠지요. 사방팔방에서 장돌뱅이들이 모여들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듣고, 굳이 약속하지 않아도 정겨운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마주 보고 술잔 기울여봐야 근심이 한보따리지만 두런두런 말끝에 정이 오가는 시장풍경은 살내음이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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