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영향력 Ⅱ
패션의 영향력 Ⅱ
  • 이수경 충청대 패션디자인과 교수(이미지 소통전략가)
  • 승인 2017.09.0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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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 이수경 충청대 패션디자인과 교수(이미지 소통전략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찾아온다. 패션은 그 중요한 순간들을 우리에게 기회로 만들어 줄 수도 있고, 실패를 가져다줄 수도 있는 진화된 도구이다.

“사람에게는 상하가 있으며, 지위에는 존비가 있고, 이름도 같지 않으며 의복 또한 다르다. 풍속이 점점 천박해져 백성은 다투어 사치를 좇고, 다만 이방의 것을 진기하다 하여 숭상하고 도리어 토산품을 속되고 천하다 하여 싫어하니, 분수를 지나쳐 예의를 거스르고 풍속이 쇠락해가고 있다. 감히 구장에 따라 써 밝힐 것을 명하노니, 만약 고의로 이를 범하면 상형이 있을 것이다.”

이는 신라 흥덕왕 때 제정했다고 하는 `복식금제령(服飾禁制令)'의 앞부분이다. 신분에 따라 옷감의 종류나 색깔, 귀금속 장신구 등을 제한했던 제도인데, 사치 금지라기보다는 신분 표시와 계층 구별을 위한 목적이 더 두드러졌다고 한다.

인간이 진화를 거쳐서 오늘에 이른 것처럼 우리들의 패션도 수없이 많은 단계를 거쳐서 지금 입는 옷으로 진화한 것이다.

과거 자연이 주는 재료와 한 올 한 올 정성스레 뜨개질하던 손길이 단순히 인체를 보호하던 의복을 만들어 냈다면 20세기는 수많은 아이디어와 기술의 발명이 생활을 변화시켰고 우리는 지금 몸의 변화까지 측정하고 인체를 보호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웨어러블까지 입고 있다.

최초의 비키니는 노출이 너무 심하다는 이유로 스트리퍼를 모델로 고용해야했고, 티셔츠는 원래 남자들의 속옷이었으며, 청바지의 금속단추는 작업복을 튼튼히 만들려고 박기 시작한 것이었다.

패션은 그 시대의 문화와 정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30년대 경제공황 때 사람들은 어두운 현실의 도피수단으로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스타의 옷차림을 따라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었고, 여성의 해방은 20세기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였다.

직업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할 수도 있고, 사회활동을 하기도 한다. 핸드백의 발전은 독립적인 여성들이 자신의 귀중품을 휴대하기 위한 도구로 발전됐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드레스 코드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는 개념이 파괴되었고, 이로 인해 생겨난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은 대량생산을 만들어 내었다. 사회적 유동성이 커지면서 같은 트랜드를 즐긴다는 것에 동질감과 우호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서양에서 유행한 핫팬츠가 우리나라에서는 도덕관념의 차이로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1990년대 이후 미니스커트의 유행과 더불어 핫팬츠도 유행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사회적 사건이나 인물도 복식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신창원이 검거될 당시 그가 입은 쫄티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고, 서태지가 매번 음반을 낼 때마다 어떤 헤어스타일과 옷을 입었느냐에 따라 젊은 층의 모습이 달라졌다. 미국의 비행기 테러 이후에는 쌍둥이 건물이 그려진 T-셔츠가 불티나게 팔렸다.

이렇듯 패션은 사회, 문화, 정치 전반적인 것들을 포함하면서도 개인의 성향이나, 라이프패턴 등 많은 것을 표현하는 아주 직설적이며 다양한 도구로 쓰이는 것이다.

나는 오늘 누구에게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가?

옷은 그냥 걸려 있는 아무거나 꺼내 입는 것이 아닌 내가 지향하는 나를 위해 입는 것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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