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가 쏟아진다는 의미는?
깨가 쏟아진다는 의미는?
  •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
  • 승인 2017.09.0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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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

`깨가 쏟아진다'는 사전적 의미는 `몹시 아기자기하고 재미가 나다'로 되어 있다. 보통 신혼부부의 생활을 부러워하며 많이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농부들에게 이 말은 그런 의미가 아닌 것 같다.

왜 그럴까? 깨는 참깨와 들깨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생물학적으로 참깨는 참깨과에 속하는 식물이고 들깨는 꿀풀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보통 깨라고 하면 참깨를 의미하기도 한다. 참깨를 호마(胡麻)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중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보인다. 보통 흰 것과 검은 것이 있고 그 중 검은 것을 흑임자라고 한다.

봄에 파종할 때 가물어서 씨가 제대로 나지 않으면 두 번 세 번 파종해야 한다. 올해에는 봄 가뭄이 심해 물 조루로 물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씨가 제대로 서고 자랄 때는 가뭄이 오히려 고맙다. 비가 잦으면 곯아 썩어 버리기 쉽다. 우여곡절 끝에 깨 송아리의 보송보송한 털이 없어질 즈음 수확하게 되는데 이것이 가장 힘든 일이다. 하필이면 일 년 중 가장 더울 때 수확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루만 늦어도 깨 송아리가 벌어져 땅에 떨어지기 때문에 더위를 무릅쓰고 수확해야 한다. 참깨를 찌면서(베면서) 아무리 조심해도 오소소 떨어지는 흰 알갱이. 한 단(묶음)씩 묶고 다시 네 단씩 묶어 한 조를 네발로 세워 말린다. 바람에 잘 쓰러지지 않고 통풍이 잘되게 하는 구조로 조상의 지혜가 엿보인다. 간간이 비추는 빛에 말라가며 바닥에 우수수 떨어지는 하얀 참깨, 그냥 두어도 많이 떨어질 텐데 멧비둘기 날아와 쪼아대니 바닥이 하얗다. 주울 수만 있다면 다 줍고 싶은 것이 농부의 마음 아닐까? 이러니 농부들에겐 `깨가 쏟아진다'는 의미가 사전적 의미와 같을 수는 없다. 이렇게 땅바닥에 쏟아지는 깨보다 내가 가져가는 것이 조금 더 많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필요 없을 때(?) 비가 자주 온다. 참깨 말려야 하는 시기에 비가 그치질 않는다. 비닐로 덮어 봤지만 비바람은 이겨낼 수 없다. 덕분에 백옥같이 흰 깨는 언감생심이다. 생전 처음 키질도 해 보았지만 여의치 않다. 할 수 없이 선풍기의 도움을 받았다. 두 번 다시 참깨 농사짓지 않는다고 한 농사꾼 친구의 말이 이해가 간다. 나도 그럴듯한 비닐하우스 하나 마련할 때까지는 두 번 다시 참깨 농사하지 않으리라.

어렵게 얻은 참 깨 몇 말! 어떻게 해야 하나? 참기름을 짜볼까? 참기름은 오메가 3 계열의 불포화 지방산인 알파 리놀렌산이 많이 들어 있다. 이 알파 리놀렌산이 체내에서 `EPA'와 `DHA'로 전환되어 뇌의 혈류를 돕고 뇌 세포를 자극한다. 또 혈전을 예방하고 알레르기를 억제하고 노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비타민 E도 많아 산패방지 작용을 한다. 이렇게 몸에 좋은 성분들이 많기도 하지만 참기름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참깨 특유의 고소한 맛 때문인데 그것은 참깨 특유의 향기성분으로서 피라진, 퓨란, 티오펜, 티아졸류의 화합물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빔밥에 고소한 참기름 쳐서 먹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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