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위기인데 교수는 갑질
대학은 위기인데 교수는 갑질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9.05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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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한때 동네에 대학교에 합격한 학생이 나타나면 현수막을 걸고 마을잔치를 벌이던 시절이 있었다.

학사모를 쓰는 것만으로도 출세가 보장됐고, 기울어가던 가세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대학 간판만으로도 경제적인 여유까지 선사했다.

불과 30~40년 전 일이다. 지금은 어떤가? 대학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들어갈 만큼 문턱이 낮아졌다. 오죽하면 농담처럼 발에 채는 게 학사요, “박사님”하고 부르면 길 가던 사람 절반이 돌아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5년 뒤 2023학년도의 입학자원은 인구절벽으로 인해 39만8157명에 불과한데 입학정원은 50만명으로 역전현상이 나타나 잔여정원이 10만5000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학 갈 학생은 부족한데 대학에서 뽑는 모집정원 10만5000명이 남게 돼 이럴 경우 신입생 3000명을 모집하는 대학 35곳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수도권 대학이야 학생들이 서울 입성에 목을 매니 문제될 게 없지만 지방대학은 장학금 줘도, 기숙사를 제공해도 가고 싶지 않다 보니 대학의 위기는 그만큼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대학의 위기는 하루 이틀 이야기도 아니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교육부가 본격적으로 구조개혁 칼날을 들이대면서 올해는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서남대를 비롯해 한중대, 대구외국어대가 폐쇄절차에 들어갔다. 기업은 망해도 대학은 영원불멸할 것이라는 말도 옛말이다. 대학이 문을 닫으면 교수들은 직장인 교단에 설 수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갑질 논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는 게 요즘 대학사회다.

충북의 한 대학교에서는 최근 학과장 등이 교수 임용 과정에서 금품을 요구하고 대학발전기금을 내라고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학교 측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여기에 충북대학교병원의 한 의학교수는 후배 교수의 수술 실적을 가로채는 등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불거지면서 지역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교수 갑질을 다룬 웹툰의 모델로 알려진 수도권 대학의 모 교수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가르치던 대학원생을 폭행해 벌금 300만 원의 형사 처벌을 받았고, 조교 2명의 인건비를 가로챈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폭행 사건의 경우 시효가 지났다며 이 교수에게 정직 3개월만 내렸다.

지난 6월엔 논문을 작성하면서 지도교수가 심한 질책과 함께 모욕감을 느끼는 발언을 들었던 수도권 유명 사립대 대학원생이 교수 연구실 앞에 폭발성 물질을 설치해 터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부분 학생이 교수의 비위 사실 등을 알고도 졸업과 졸업 후의 진로문제 때문에 해당 사실을 알리지 못하다가 졸업 후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징계시효 만료로 해당 교수가 징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논문 통과나 졸업 여부가 학생들의 노력이 아닌 교수의 손에 달렸기 때문에 교수의 비위를 함부로 들춰내서도 입 밖에 내서도 안 되는 게 학생 간 불문율인 이유도 여기 있다. 현행법상 교수 징계가 가능한 시효는 사유 발생일로부터 3년에서 5년이다. 노웅래 의원 등 여러 국회의원은 공동으로 지난 3월 교원의 징계 시효를 최대 7년으로 늘리는 `성범죄·비위 교원 징계시효 연장법'을 발의한 상태다.

교수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보호할 책무가 있고 대학은 교수들이 연구와 학생 지도에 힘을 쏟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한다. 대학이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갈 때는 그렇다.

현실적으로 대학은 생존을 걱정하는 데 제자를 상대로 갑질하는 교수들은 왜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지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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