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관실 대신 특위였는데 …
감사관실 대신 특위였는데 …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09.0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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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정당공천제의 폐해다.” 4일 구본영 천안시장이 관련된 천안시체육회 채용 비리 의혹을 파헤칠 특위 구성이 무산되자 천안시민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일성으로 내뱉은 말이다.

이날 천안시의회 본회의에 상정된 특위 구성 결의안은 찬성 8표, 반대 14표로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됐다. 이날 표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기명 투표로 표결이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특위 구성이 무산될 전조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10명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자당 출신 천안시장이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인데다 이미 암묵적으로 당론(반대 투표)이 정해지면서 눈치보기에 급급, 소신 투표를 하는 사람이 1명도 나오지 않았다.

만약에 무기명 비밀투표로 했다면 어땠을까. 시민단체에서 나온 말이다. 익명성 보장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에서 소신 투표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번 표결을 앞두고 특위 구성을 주도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에서 2표 이상의 이탈표를 기대했다. 여기에다 지난 5월 보궐선거를 통해 새로 입성한 바른정당과 무소속 의원 2명의 표를 확보, 과반인 12표를 넘기길 희망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원이, 공략(?) 대상이었던 바른정당과 무소속 의원 2명마저 반대표를 던졌다.

시민단체는 이번 표결 결과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시민단체의 한 임원은 표결 직후 “전혀 예상을 못했다”며 “결국 공천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시의원들이 소신투표를 하지 못한 것 아니겠느냐”고 허탈해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특위 구성에 반대한 의원들의 견해를 들어보면 사유가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천안시체육회의 체질 개선과 변화를 위한 정책 대안 없이 특위가 천안시장에 대한 비위 사실만 파헤쳐 흠집내기로 몰아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이날 표결에 앞서 정도희 의원이 읽은 특위 구성 결의안의 제안 설명문만 봐도 특위 구성의 사유는 차고 넘친다. (채용비리에 관여했다는 보도와 관련한) 합리적인 의심에 대한 구본영 시장의 이해할 수 없는 해명, 본인의 입이 아닌 보좌관이나 시청 간부를 통한 대리 해명 등이 오히려 의혹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가 무리한 요구(특위 구성)를 했다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현직 시장이 채용 비리에 관여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민 대의기구인 의회에 조사와 규명을 촉구하는 것이 왜 잘못된 것인지 쉬 이해되지 않는다.

천안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 7월 천안시의회에 특위 구성과 진상 규명을 촉구하면서 `천안시 감사관실의 제식구 감싸기가 우려된다'며 특위 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장실을 감사할 수 없는' 감사관실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시민 대의기구인 의회의 특위 구성과 활약을 주문한 것이다. 의회가 매를 벌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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