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접촉
  • 김현기<여가문화연구소장·체육학박사>
  • 승인 2017.09.0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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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 김현기

우리 조상들은 지구상 어떠한 종(種)보다도 뛰어난 존재로, 생존하면서 겪었던 수많은 역경을 사회적 능력을 이용해 해결해 왔다. 그 때문에 상호 협력하고 소통하는 `사회적 능력'은 인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요소였으며 진화의 역사에서 만들어진 강력한 유산이 되었다.

영국 출신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 교수는 전 세계 원시 부족형태 마을을 연구하면서 한 부족의 구성 인원이 평균 150명 안팎을 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아무리 사회성이 뛰어난 부족이라 하더라도 150명 이상을 넘는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연구결과를 `던바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후속연구에 따르면 페이스북에서도 친구가 1000명이 넘는 파워유저라 해도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은 150명 정도이고 그중에서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20명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원시부족이나 현대인이나 사회적 크기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회적 능력은 인류의 생존가능성을 높였고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람들을 내 편과 네 편으로 구분하고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대하는 문제를 낳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규칙과 규범을 가진 집단에게는 무조건적인 지지와 믿음을 보이지만 다른 생각이나 규범을 가진 집단에는 배타성과 부정적 감정, 적대적 행동을 보이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왜곡된 교육과 정치인들의 부추김, 언론의 확대를 통해 더욱 심화되었고 편견과 왜곡이라는 뿌리깊은 문제를 또 다른 유산으로 물려주었다.

위대한 불교지도자이자 뛰어난 명상가인 달라이 라마는 이러한 편견과 왜곡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접촉을 통한 앎과 배움'을 제시하고 있다. 즉 이질적인 집단이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집단일수록 의도적 접촉을 늘려야만 하고 접촉이 증가할수록 상대에 대한 배움과 앎이 깊어져 뿌리깊은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동북아의 긴장이 높아지고 한반도에 전쟁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만 한다. 나는 상대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잘 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근거없는 미움과 적대감만을 키워왔던 것은 아니었는가? 오늘의 위기에서 벗어나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당사자 간에 다양한 접촉을 반드시 늘려야만 한다.

위기감이 커질수록 우리는 더 많이 접촉하고 더 많이 알아야 한다. 접촉을 통해 올바른 이성의 뇌 회로를 발달시켜야 한다. 오랜 시간 우리 머릿속에 새겨진 근거없는 색깔론과 분노의 부정적인 편견 회로를 극복해야만 한다. 힘들고 어렵겠지만 그 길만이 우리 사회가 행복과 평화로 나아가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어떤 최선의 전쟁이라도 최악의 평화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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