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의원은 충청권 공조를 메아리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해찬 의원은 충청권 공조를 메아리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7.09.0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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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세종시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국회의원이 KTX 세종역 신설을 재추진하겠다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해찬 의원은 지난달 30일 “유성 등 대전의 북부지역과 세종지역을 포함하면 KTX 세종역 설치 타당성 조사에서 BC가 충분히 나올 것”이라며 세종역 신설 재추진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그는 “행정수도라고 하면서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KTX 역이 없는 것도 문제”라며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오면 설계비를 내년도 예산에 반영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송역을 의식해 “오송역에 정차하는 열차는 그냥 지나가고 정차하지 않는 열차만 세종역을 지나면 되기 때문에 오송역에도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충북은 진위 파악에 나서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세종역 신설을 재추진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KTX 세종역 신설은 이 의원의 총선 공약이다. 오송역이 있는 청주 등 충북은 세종역이 신설되면 인근 KTX 오송역이 쇠퇴할 수밖에 없다며 `KTX 세종역 저지를 위한 충북 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 강력히 반발했다.

양 지역이 첨예하게 갈등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으나 지난 5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시행한 `세종역 신설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에서 경제성 대비 편익성(B/C)이 0.59로 나오면서 논란이 정리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기간 청주 유세에서 “세종역 설치 여부는 충청권 지자체의 합의에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어 충북에서는 세종역 신설 문제가 사실상 매듭지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이 세종역 불씨를 다시 지핀 것이다.

이 의원이 자신의 지역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기와 방법이 적절치 못했다. 여당의 7선 국회의원이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세(勢) 과시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충북과 상생과 협력을 바란다면 문 대통령의 “충청권 지자체의 합의에 따르겠다”는 발언을 가벼이 여겨서는 결코 안된다.

세종시 탄생의 배경을 보면 더욱 그렇다. 충북은 세종시 원안 사수에 목소리를 함께 보탰고, 땅까지 떼어주면서 세종시 탄생을 염원했다.

그런데 협의 한번 없이 느닷없이 재추진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이웃인 충북을 상생과 협력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그렇다면 더 이상 충청권 공조도 의미가 없다.

이 문제에서 충북의 책임도 크다. 오송역 주변을 개발하고 활성화시켰다면 이렇게까지 세종역 신설에 반대하고 나설 이유가 없다. 오송역이 준공된 지 7년이나 지났고, 이용객도 6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역세권 개발은 아직 요원하다. 충북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이 의원의 발언이 충북에는 큰 충격파가 되고 있다. 이미 결론난 문제를 3개월 만에 또다시 꺼냈다는 것은 충청권 공조가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충북은 오송역 주변을 서둘러 개발해 다시는 세종역 신설에 반응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세종시 역시 한 국회의원의 발언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양쪽이 얼굴을 붉히지 않도록 세종역 신설 문제를 장기적인 과제로 신중히 접근하는 자세를 보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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