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아야지요. 내가 참아야지요
참아야지요. 내가 참아야지요
  • 임형묵<수필가>
  • 승인 2017.09.03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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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형묵

나는 당신의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이기에 글을 보낸답니다.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기에 편지글을 보낸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뿌린다고 다 열매 맺는 게 아니듯 열심히 산다고 반드시 잘 사는 것도 아니랍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답니다.

사랑을 위한 시간임에도 진실이 빛을 잃고 이해 부족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 빈 가슴으로 산다고 합니다. 그래도 용서하고 사랑하라 합니다.

그렇습니다. 인생살이에 있어서 자신이 생각한 대로 세상은 흘러가지 않지요.

경험에서 알 듯 오늘 하루도 나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집을 나서지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쟁 구도 속에서 안갯속을 걷는 기분으로 살고 있지요. 근심 걱정에 위로받을 누군가를 찾고 있지요.

그는 내게 의미심장한 말을 던집니다.

물이 흘러내리는 언덕에만 시선을 두지 말고 큰물이 되어 모이는 바다에 시선을 두라고요. 물의 원천은 바다가 아니냐 하면서요. 바다같은 마음으로 언덕을 올려다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이 그곳에 있다면서요.

그런데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그런 다짐을 하고 실천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출근길, 승용차를 운전하고 아파트 단지 교통신호등에서 녹색신호를 기다리는데 뒤에서 경적을 울려댑니다.

바쁜 시간에 딴전 부리지 말라는 거지요. 한눈팔 때가 아니라며 야단하는 거지요.

신경이 곧추섭니다. 라디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신호를 놓친 시간이 불과 1~2초도 되지 않는데 말이죠.

경적을 울린 차량의 소유자가 누군가 궁금했습니다. 운전하면서도 기분이 머쓱해 내 뒤를 바짝 따라오는 자가 누군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더 기막힌 일이 얼마 되지 않아 또 벌어집니다. 목적지가 달라 내 차량은 지상 도로에서 벗어나 무심천 하상도로로 막 접어들려 하는데 아까 그 자가 다시 경적을 울려댑니다.

그 순간, 나는 부처님이나 예수님의 얼굴을 떠올릴 수 없었습니다. 나는 그런 분들과 달리 너그러운 마음을 갖지 못한 사람입니다.

아침에 막 보고 나온 `참아라, 용서하라.'라는 경구가 쉴 새 없이 머리를 두드려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되레 입이 열렸습니다.

어디 이와 같은 일이, 이와 유사한 사건이 오늘만 벌어지겠습니까. 이와 유사한 행동을 하는, 이와 유사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어디 한두 번 만나겠습니까. 얼마나 참아야 복을 받을지 나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아침이었습니다.

주문을 욉니다. 혼자 투덜투덜 주문을 욉니다.

비에게 물으니 씻어내라 하고 안개에 물으니 마음으로 보라 합니다. 달에 물으니 어둠에 빛나라 하고 어둠에 물으니 쉬어가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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