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달에 드는 생각
독서의 달에 드는 생각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7.08.3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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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9월이다. 이침, 저녁으론 선득하다. 유난히 많이 내렸던 비가 그치자 하루사이에 찬바람이 분다. 여름을 마무리할 겨를도 없이 가을이 오는 듯하다. 찬바람이 불자 책읽기 좋은 계절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는 것은 오래 받아온 교육의 효과 때문일 것이다.

9월은 독서의 달이다. 우리나라에서 독서주간이나 독서의 달을 운영해온 역사는 꽤 긴 편이다. `독서주간'에 대한 첫 기록은 1927년 9월 7일자 일간지 기사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한국도서관협회가 발족한 1955년 이후부터다. `독서 주간'은 매년 9월 24일부터 30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되었다. 그러다가 1994년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의 제정에 따라 9월 한 달을 독서의 달로 확대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미국에서도 우리와 개념은 좀 다르지만 독서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도서관협회는 9월 마지막 한주를 `금서주간(Banned Books Week)'으로 정하여 시행한다. 금서주간의 취지는 책을 멀리하거나 나쁜 책을 규제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헌법에 명시된 `지적자유추구권'을 보장하기위해 개인이나 어느 조직이 읽을 권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펼치는 운동이다. 미국도서관법에는 `미성년자 도서관 이용의 자유'라는 규정이 있는데 이는 부모만이 자신의 자녀가 지닌 자료이용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 다양한 곳에서 책읽기를 즐기는 미국의 문화답게 표현의 자유와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고, 어릴 때부터 자유롭게 읽고 사고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이채롭게 여겨진다.

독서의 달을 맞아 전국에서 7천여 건이 넘는 독서관련 행사들이 펼쳐진다. 충북에서도 오늘 저녁 청주시립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책 읽는 청주 선포식'을 시작으로 326건의 다채로운 행사들이 도서관을 중심으로 열리게 된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매년 그러하듯이 대부분이 유아나 어린이, 청소년 중심이고 성인대상 프로그램은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 책읽기의 지속적인 확산이라는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현상은 예산이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문화적, 정신적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예술분야는 항상 사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다. 지금까지 역임한 충북의 단체장 중에는 문화정책을 우선적으로 표방한 단체장은 없었다. 도로를 만들고, 공장을 유치하는 등 주민들의 삶의 질 변화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겉으로 보이는 성과에만 매달려왔을 뿐이다. 그런 결과들이 충북을 변변한 공연장이나 미술관, 내세울만한 박물관이나 도서관하나 없는 문화의 변방, 삭막한 지방으로 만들어온 것이다.

요즘 경기도 군포시 평생학습원에 갈일이 생겼다. 인구 28만 명 정도의 서울의 위성도시로 생각하고 갔는데, 처음 도시에 들어선 순간 `책의 도시 군포'라는 입간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작지 않은 도시가 어떻게 `책의 도시'를 표방하고 도시 입구에 입간판을 세울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커졌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책의 도시가 뭐냐고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책의 도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발길 닿는 곳에 도서관이 있고, 책 읽는 환경이 너무 좋아 다른 도시로 이사 갈 계획을 취소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서 하나같이 시장의 의지 때문 이라고 말한다.

책의 도시를 표방하고도 시장이 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현재의 군포시장은 민선 6기중에서 2기와 3기 시장을 하고, 4기를 건너뛴 후 5기와 6기 시장을 내리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시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겠지만 `책의 도시'를 간판으로 내세우고 4차례나 시장에 당선된 것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충북에도 그런 단체장이 있으면 좋겠다. 하나같이 실효성없는 경제정책에만 매달리지 말고 지자체마다 품고 있는 고유한 문화예술 관련 유산들을 잘 활용하여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단체장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전국경제규모의 4%를 달성하자며 경제에 매달리기보다는 -사실 이 수치는 충북도민들 개개인의 소득 향상이나 행복과는 별 상관이 없다- 문화예술을 통한 삶의 질 향상으로 다른 광역단체보다 4% 더 행복한 충북을 만들고 싶다는 멋진 포부를 가진 그런 단체장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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