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의 역사’를 읽고
‘뇌물의 역사’를 읽고
  • 박대균<청주시 흥덕구 건축과 주무관>
  • 승인 2017.08.3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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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박대균

`뇌물의 역사'는 제목 그대로 뇌물의 관점에서 원시사회부터 우리나라와 세계의 역사를 기술한 책이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을 통해서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이상이면 `뇌물'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뇌물의 개념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뇌물의 가장 광범위한 정의는 `자신의 필요를 가장 편한 방법으로 얻으려는 행위'라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뇌물은 그 사회의 경제와 문화 속에서 교묘하게 진화되기 때문에 몸 안의 암처럼 관리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뇌물과 매관매직이 관행이고 일상이던 조선시대에도 고위 관료가 수박 2통에 탄핵되기도 했는데 이는 뇌물죄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 자제하도록 하는 경고성 행동에 가까운 것이라고 한다. 상대방의 진짜 큰 죄를 잘못 건들이면 공격한 사람도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사소한 잘못을 먼저 공격한다는 것이다.

청탁금지법이 서민경제 위축의 부작용이 있다는 여론이 있고, 개정에 대한 목소리도 있지만, 더 큰 죄를 경고하기 위해서 수박 2통으로 망신을 줬던 조선시대의 뇌물 통제 방식을 이해하고 나니 청탁금지법의 엄격한 잣대가 더 큰 뇌물을 경고하고 막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폐가 통용되기 이전의 조선시대에는 현물이 뇌물로 이용됐는데, 부피가 큰 뇌물은 들키기 쉽다는 단점이 있지만, 쌀가마는 뇌물인지 자기 소유의 농장에서 보낸 물건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워 많이 이용됐다고 한다. 그러나 화폐가 통용되기 시작하면서 뇌물이 급증하고 뇌물의 액수가 올라가면서 뇌물 방지를 위해 화폐 폐지론까지 거론됐다고 한다. 뇌물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 진화하기 때문에 뇌물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역사적인 사례인 것이다.

카카오뱅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금없는 사회가 성큼 다가오는 것만 같다. 뇌물도 김영란법으로도 통제할 수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할지도 모른다. 뇌물의 개념은 더욱 모호해지고, 뇌물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뇌물을 받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뇌물의 역사에서도 오늘날의 시각에서 뇌물이지 그 당시에는 뇌물로 인지하지 못하던 것도 많다. 분명한 것은 뇌물은 사회와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암적인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역사적인 사실이다.

1만 원 짜리 음료수가 뇌물죄로 걸리기도 하지만, 수십억을 받고도 뇌물죄가 아니라고 판정을 받는 경우가 있듯이 뇌물은 실체가 가장 명확할 것 같으면서도 가장 모호한 범죄이다. 책에서 준 답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뇌물의 기준을 공정성에 두면 어떨까 한다. 뇌물의 경계는 모호하지만 암적인 파괴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공정성을 파괴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뇌물로서 특정인이 특혜를 받았다고 가정하면 공정한 처우를 받지 못한 다수가 흔들리기 때문에 뇌물이 위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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