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권과 재량권
사법권과 재량권
  • 정세근<충북대 철학과 교수>
  • 승인 2017.08.3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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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근 교수의 인문학으로 세상 읽기
▲ 정세근

경찰은 사법권이 있다. 사법(司法)이란 법을 집행한다는 뜻이다. 입법(立法), 사법, 행정의 3권분립의 원칙에서 나오는 말이다.

입법부가 법을 제정하면 사법부가 법에 맞는지 판단한다. 행정부는 그 둘을 총괄하여 실행하는 위치지만, 입법의 내용과 목적에 맞아야 하며 잘못했다가는 말 그대로 `사법처리'된다. 이를테면, 행정부의 수반이 대통령이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정치를 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사법부의 심판을 받게 된다.

경찰은 행정부이고 법무부 소속 검찰의 지휘를 받는데(법원과 검찰청이 함께 있어 비슷한 기관 같지만 검찰도 삼권 분립으로 보자면 엄연히 행정이다), 재밌게도 사법권이 주어져 있다. 무슨 뜻일까?

지하철 보안관에게 승객의 위법행위가 적발되었다 하더라도 그는 반드시 경찰을 기다려 검거해야 한다. 왜냐하면 경찰에게만 사법권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사법권은 법을 집행할 권리를 가리킨다.

경찰은 그런 점에서 상당한 권력기관임에 틀림없다. 사법의 사(司) 자는 `맡는다'는 뜻으로 `다룬다'는 뜻이 있다. 이를테면 `사마'(司馬)씨는 말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성씨인 것처럼 말이다. 말이 말을 부리는 사람에게 꼼짝 못하듯이, 사람은 법을 다루는 경찰을 무서워한다. 그만큼 권위 있는 직업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경찰이 되고자 하지만, 안타깝게도 경찰을 존경하지는 않는다. 경찰을 존중하지만 존경은 하지 않고, 경찰을 외경하지만 흠모하지는 않는다. 이런 현상이 왜 벌어질까? 상식적으로는 힘 있는 사람에게는 경외심과 더불어 존경심이 따라붙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데 말이다.

미국 경찰의 예를 들어보자. 그들은 권위가 있다. 총을 차고 다니는 것도 큰 이유겠지만 그들의 권한이 정말로 막강하기 때문이다. 속도위반도, 음주운전도 우리식으로 보면 경찰 마음대로다. 속도위반으로 잡혔을 때 `타이어를 새로 바꾸면 속도가 더 난다'면서 봐주더라! 나도 모르는 것이었는데 서류를 확인하고는 그냥 보내주니 존경심이 절로 생겼다. 그들은 총을 쏠 수도 그냥 풀어줄 수도 있었다.

우리의 경찰을 보자. 사법권을 행사하면서 늘 `법과 원칙'이란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경찰의 입장에 쉽게 동의하지 못한다. 1) 차가 막혀 늦게 가는데 신호가 바뀌자 단속하기 시작한다(중앙에 진입금지 그런 표지가 없던 시절이었다). 2) 우회전하려다 멈춰서도 정지선을 넘으면 신호위반이다. 3) 길을 바리케이드로 막아놓고도 중앙선을 넘어서 되돌아간다고 운전자를 잡는 의경도 있었다. 그러니 법 감정이 좋지 않다.

법관이 존경받는 데에는 그들의 재량 때문이다. 그래서 형량이 들쑥날쑥 한다는 말도 있지만, 그들이 재량권을 행사할 때마다 미담이 되기도 한다. 사법권에는 재량권이 반드시 따라붙는다는 것을 대한민국 경찰은 잊지 말기를 바란다. 집안의 어른이 존경받는 것은 곳간 열쇠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곳간을 쉬 풀기 때문이다.

1) 딱지 뗐다. 위대한 교통경찰의 시대였던 1980년대였다.

2) 안 뗐다. 찍힌 동영상을 경찰서에서 틀어보며 힘들게 얻은 결과다. 얼마 전이다.

3) 안 뗐다. 젊은 사람이 나쁜 것부터 배운다고 야단치고 맘대로 하라고 그냥 왔다. 젊은이가 내 말을 알아들었길.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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