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공평 사이
공정과 공평 사이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8.2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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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가장 유행이 된 단어가 있다면 단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공정과 공평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정책을 쏟아냈지만 정작 발탁된 정부 관료들은 적용 대상에서 예외였다.

주거 불평등을 완화하고, 주택을 매개로 하는 일체의 투기행위를 근절시켜 공정한 주택시장의 기반 아래 주택가격을 안정화시키겠다며 발표한 부동산 정책에 서민들은 마음을 졸였는데 정작 청와대 참모진 15명 중 8명은 다주택자였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공정과 공평한 정책을 원하면서도 실행은 어렵다. 사전적 의미만 봐도 공정과 공평은 한 끗 차이다.

`공정'은 공평하고 올바름을 뜻하며 옳고 그름이라는 윤리적인 개념이 강한 반면 `공평'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음을 뜻하며 물질적으로 고르게 분배한다는 개념이 강하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공평하게 주되 선발은 공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공평과 공정이 공존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교육정책을 들여다보면 실상이 보인다.

오는 31일 발표를 앞둔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이 그렇고,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와 초·중등 임용고사가 맞물려 있다.

대학구조개혁평가 2주기 평가 방식을 두고도 공정과 공평을 두고 대학 간 논란이 되고 있다.

절대평가 변경 과목에 대해 확대냐 전면 시행이냐를 두고 확정안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여전히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한국갤럽이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의뢰로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능 절대평가 찬성·반대 국민여론조사'에서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정책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51%로 집계됐다. 반대 입장은 29%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추진한 배경은 과도한 경쟁과 입시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절대평가 시행으로 금수저·불공정·깜깜이 전형으로 비판받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치우쳐 실력과 별개로 부모의 경제적 여력이 대학 진학 여부가 판가름해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지적한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도 마찬가지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같은 근무, 같은 수업을 한다며 모든 기간제교사를 공평하게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전국중등예비교사들은 공정한 선발 절차를 무시했다며 정규직화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방식도 공정과 공평을 두고 말들이 많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을 분리할 것을 주장하는 쪽과 공평하게 설립 주체와 상관없이 똑같은 평가 항목을 들이댈 것을 요구하는 쪽으로 나뉜다.

케이크를 자르는 자와 고르는 자의 입장은 다르다. 자르는 자는 제 눈을 잣대로 공평하게 주기 위해 공정하게 나눴다고 생각하겠지만 고르는 자는 옆 사람의 케이크와 비교해 자르는 자의 눈을 의심하게 된다. 고르는 자보다 자르는 자의 책임이 무거운 이유도 여기있다.

교육정책을 두고 불평과 불만이 팽배한 것은 자르는 자가 고르는 자의 입장을 안중에 두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추진하는 교육정책이 고르는 자의 입장을 배제한 채 자르는 자의 눈으로만 공정하고 공평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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