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문군 남주양, 결혼합니다
남문군 남주양, 결혼합니다
  • 정규호<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7.08.2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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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 정규호

“결혼합니다”라는 인사가 참 반가운 시절입니다.

OECD국가 중 가장 낮은 출산율에 대한 가끔의 걱정이 말 그대로 걱정이 아닐 수 없는 나랏일이 되어 버렸는데, 이런 공통의 걱정은 아직 국민 개개인의 피부에 와 닿지 않은 듯싶습니다.

출산이 반드시 결혼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닌 세태이긴 합니다만 극단에 가까운 저출산의 근본 원인이 젊은 세대들의 광범위한 결혼기피에 대한 사회적 현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출산과 결혼 기피의 사회적 현상은 거슬러 올라가 청년 실업의 심각성, 즉 먹고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는 비극적 현실과 만나게 됩니다. 그런 참담함이 우리 사회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헬조선이라는 뜻밖의 신조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심지어 가장 완벽할 것으로 보이는 공무원조차 직장의 일과 육아의 숨 막히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해 과로로 목숨을 잃는 비극마저 만들어내고 있으니 이 어찌 총체적 위기라 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웬만해서는 감당하기 힘든 교육비를 비롯해, 어린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가습기 살균제와 기저귀 등 각종 유해 화학물질로 범벅된 육아용품은 물론 달걀 등 먹거리까지도 안심할 수 없는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는 모험과 다를 게 없습니다.

이런 총체적 걱정이 지워지지 않을 경우 인구 감소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고, 경제활동이 가능한 젊은이들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부담할 수 없는 노령인구의 복지 부담은 어쩌면 세대 간 사회적 갈등의 폭력적 폭발이 우려되는 시한폭탄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청주 남주·남문로는 일찌감치 한복집과 웨딩, 귀금속 관련 업체들이 집약된 곳입니다. 한복의 거리, 웨딩의 거리, 귀금속거리로 지정된 관련 업체들의 운집은 이 지역을 결혼을 위한, 웨딩산업의 메카로 자랑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 장점이 있는 거리가 요즘 그저 한산함을 넘어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마침내 청주시와 청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가 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뜻을 모아 도시활력증진개발사업의 국토부 공모 선정을 통해 「남주·남문로 웨딩테마거리 조성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시재생의 차원에서 옛 영화(榮華)를 되살리겠다는 안간힘인데, 오는 2020년까지 계속되는 이 마중물 사업의 발대식이 햇볕 좋을 9월의 첫 일요일인 3일 열립니다.

이날 「남주·남문로 웨딩테마거리 조성사업 발대식」은 웨딩테마거리의 특성에 맞춰 남문군과 남주양의 가상 결혼식 형태로 진행됩니다.

흔한 말로 결혼은 인륜지대사라고 합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며, 그만큼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겠지요.

도시재생도 마찬가지입니다.「남주·남문로 웨딩테마거리 조성 도시활력증진개발사업」을 구태여 마중물 사업으로 구분하는 까닭은 해당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단순히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절대적 개발 논리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돈 들여 하는 사업은 돈줄이 끊기면 멈추고 마는 악순환을 그동안의 우리는 너무도 많이 목격했습니다.

주민 스스로 공동체라는 인식을 튼튼하게 하고, 슬기와 경륜, 그리고 패기가 어우러지는 소통과 나눔을 통해 당당하게 활성화를 위한 도전의 주춧돌을 놓는 일의 본격적인 시작이 9월 3일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해당 지역 주민 스스로의 마음을 모으고 움직이는 감동을 만들어야 합니다.

남주군과 남문양의 사랑이야기 결혼을 축하합니다. 이제 시작이고 희망입니다.

아차, 하마터면 정작 내가 결혼기념일을 또 잊고 넘길 뻔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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