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사람
오직 두 사람
  • 하은아<증평도서관 사서>
  • 승인 2017.08.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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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하은아

김영하 작가의 오랜 팬이다. 대학생 때부터이니 18년 정도 작가의 작품을 읽은 셈이다. 당연히 우리 집 서가 중앙에는 작가의 책이 꽂혀 있다. 온라인 서점에서 예약구매까지 하며 사 모은 덕에 초판본도 꽤 되고, 당연히 대부분 책은 사인본이다. 작가에 대한 애정으로 그가 진행하는 강연회도 꽤나 쫓아다녔다. 작가의 달변에 나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작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다음에 읽을 책을 고르기도 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작가가 요즘 더욱 유명해졌다. 다른 분야의 유명인들과 국내를 여행하면서 온갖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외국인들과 토론하는 프로그램에도 출연하였다. 요즘 소설가로서 그야말로 `핫'해졌다.

그런데 작가가 `핫'해진 만큼 내 마음이 시들시들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숨겨진 보석같이 내 손안에서만 반짝반짝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나 보다. 세상에 나와 반짝거리니 손에 넣을 수 없는 여우의 신포도처럼 느껴졌다.

작가의 신작이 출간됐음에도 마음이 시큰둥했다. 예약구매는커녕 살까 말까 망설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 신작을 서점에서 주는 작가의 굿즈 때문에 서둘러 사버렸다. 소설책 글귀가 적혀 있는 유리잔에 마음이 넘어가 버린 것이다. 책을 사는 핑계가 또 생긴 것이다.

김영하 작가의 신작 `오직 두 사람'은 7개의 단편 소설을 모아 놓았다. 김유정문학상과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도 함께 들어 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관계'이다. 모든 소설과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비롯되겠지만 특히 화자와 특정인 한 사람과의 관계에 주목되어지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집 제목에서 나는 어쩌면 이미 주제를 정하고 읽었는지도 모른다. 제목이 오직 두 사람이다 보니 책을 읽을 때 화자와 또 다른 한 사람의 관계에 집중해서 읽게 된다. 아버지와 유독 가까운 딸의 이야기, 출판사 사장과 미혼모가 되겠다는 직원의 이야기, 작가와 출판사 사장 그리고 아이를 잃어버린 아버지와 다시 찾은 아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번 책은 읽고 나니 허무감이 밀려온다. 어떤 관계도 과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로 얽히지만 결국 혼자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아이를 잃어버린 후 가정이 서서히 무너지고 10년 후에 찾은 아들과의 낯설음을 그린 이야기는 가족도 함께 살아온 시간에 비례하여 관계가 이어질 수 없음을 현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지나친 현실적인 화법에 놀라면서도 가족과 주변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한다. 내가 함께해온 시간만큼 쌓인 관계와 앞으로 함께하며 쌓아갈 관계가 내 삶의 이야기를 어떻게 바꿀지, 그럼에도 결국 나라는 존재는 나 하나로 의미되어질 것인지. 나의 존재감과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조금 더 정신없는 삶이 이어지겠지만, 그럼에도 문득문득 이 소설이 생각날 것 같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지쳐갈 때 다들 똑같이 살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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