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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기<여가문화연구소장·체육학박사>
  • 승인 2017.08.2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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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 김현기

얼마 전 개봉되어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SF 영화가 있다. 항성 간 여행이라는 의미를 지닌 `인터스텔라'다. 물리학의 상대성이론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스토리를 이해하기가 어려운 난해한 영화다. 이런 까닭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그다지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기초과학에 유독 관심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화제가 되었던 영화다.

중력이 큰 항성이 강한 초신성이나 극 초신성으로 변하게 되면 별의 껍데기는 사라지고 핵만 수축하면서 강한 중력으로 주변의 물질들을 잡아당기게 된다. 이 힘이 너무나 강력하여 탈출속도가 광속을 넘게 되면 어떤 물체도 그 별에서 탈출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빛조차 항성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어 마치 검은 구멍처럼 보이는데 이런 이유로 블랙홀이라고 부른다.

블랙홀 주변은 강한 중력으로 인해 공간이 뒤틀리게 되고 이곳을 지나가는 우주선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쌍둥이 형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형은 우주선을 타고 블랙홀 주변을 지나고 있고 동생이 지구에 있다면 형에게는 20분의 시간만 지나갔지만 동생에게는 3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게 된다. 그래서 둘이 다시 만나게 되면 형은 출발할 때 그 모습이지만 동생은 노인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시간이 중력의 영향으로 서로 다르게 경험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현상을`상대성 이론'으로 설명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형이 지구의 나이로 동생보다 30년을 더 살았다고 해서 30년이라는 삶을 더 경험한 것은 아니다. 형은 그저 20분만 더 산 것이다. 시간은 상대적이지만 경험하는 자신에게는 절대적이다. 다시 말해 내가 경험한 시간만이 나에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두 개의 시간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나는 `시계시간'다른 하나는 `뇌 시간'이다. 시계시간은 몇 시 몇 분이라고 부르는 현실의 시간이고 뇌 시간은 우리의 뇌가 생각하고 있는 상상의 시간이다. 시계 시간은 미래라는 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뇌 시간은 시간의 차원을 넘나든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과거의 기억에 묻혀 살고 어떤 사람은 오지도 않은 미래에 가 산다. 뇌 시계가 과거를 향한 사람일수록 후회나 화,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더 많이 느낀다고 한다. 아울러 미래를 향해 있을 때는 불안이나 두려움 같은 부정적 감정이 더 많아진다고 한다. 결국 뇌시계가 어디를 향했는가에 따라 생각과 감정이 바뀐다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의 뇌 시계는 정확하게 오늘 이 시간 지금에 머물러 있다. 지난 과거의 유령에게 붙잡혀 지금의 시간을 허비할 것인가 아니면 오지도 않은 불안에 휩싸여 지금의 시간을 버릴 것인가? 더 나쁜 것은 지난 일을 후회한다고 사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상상한 대로 미래가 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아까운 지금의 시간만 헛되게 낭비할 뿐이다.

지금을 열심히 살아야 과거가 올바로 서고 미래도 준비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 행복은 지금 내가 느끼는 좋은 감정이다. 내 삶에 충실하자. 하는 일에 몰입하자, 재미있게 지금의 일을 즐기자. 의미 있는 일에 도전하자. 지금 마시는 커피 한잔을 오래도록 음미하자. 행복은 오늘 지금 나와 함께 이곳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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