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 앞에서 위협받는 우리의 생명
탐욕 앞에서 위협받는 우리의 생명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7.08.24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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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며칠째 계란을 먹지 않았다. 계란을 한두 개 후라이 하거나 삶아서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곤 했는데 살충제 계란 보도이후 아직까지 계란을 먹지 않고 있다. 살충제 계란을 먹지 않아 몸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살충제 계란의 근본 원인인 인간의 탐욕 때문에 자행되고 있는 공장식 밀집사육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국민의 먹거리를 최전선에서 지키고 있는 당국의 무책임한 해명이 분노를 더 키웠다. 살충제 계란을 먹어도 안전하다는 식약청장의 발언대로라면 살충제 계란이 이렇게 논란이 되지 말아야했다. 당국이 성분 조사를 할 필요도 없고, 그 아까운 계란들을 폐기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안전한 계란이라면 살충제 계란을 중앙정부청사 앞에 쌓아놓고 공무원들이 출퇴근할 때 한 알씩 먹는 모습을 TV중계로 보여준다면 혹시 국민들이 안심할 런지도 모르겠다.

이런 일은 이미 예견됐었다. 친환경 축산농가나 동물보호운동가, 먹거리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이 제기해왔던 공장식 농·축산업 폐해의 일부가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해마다 구제역이나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수많은 가축과 조류들을 생매장하는 사태를 겪으면서도 반성하고 개선하기는커녕 이윤추구에 매진해온 우리의 축산정책이 빚어낸 참사이다.

서로 입을 맞대고 있어야할 만큼 비좁은 축사에 꼭 끼어 살을 찌우다가 경제규모로 자라면 도축되는 돼지들. A4용지 한 장 크기의 닭장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알만 낳다가 폐사되는 닭들. 이윤을 위해서라면 동식물을 가리지 않고 유전자 조작도 서슴없이 자행하는 인간의 잔혹성이 결국 우리에게 큰 재앙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예측은 이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얼마 전 개봉됐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는 글로벌기업 거대자본이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슈퍼돼지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1970년대 들어 미국에서는 대규모 농기업들이 수만 마리의 가축을 키울 수 있는 거대한 실내가축사육을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목축지나 넓은 우리 안에서 땅을 밟으며 자유롭게 자라던 가축들이 우리에 갇히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소규모로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던 가족농들은 차츰 퇴출되었다. 농사가 농업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농업의 산업화, 농업의 글로벌화가 빚어낸 결과는 너무나도 참담하다.

광우병과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그 빈도는 해가 갈수록 더해져 이젠 매년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한 농가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해마다 수만 마리의 소와 돼지를 살 처분하고, 수천만 마리의 가금류를 생매장하는 일을 거듭해도 막을 수 없는 사태로 까지 번져왔다. 그런데 이번엔 살충제 계란까지. 사실 이런 사태가 어디로 번져갈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대단위사육이나 농법을 주장하는 이론과 근거는 그럴듯하지만 거기에 인간의 탐욕까지 보태져 동·식물은 물론 이거니와 인간들의 생명마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기업형 농업이 마치 농가의 소득을 올리는 중요한 농법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결국은 자본가나 글로벌기업의 이윤을 충족해주는 도구일 뿐이고, 농민은 그들의 돈벌이의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해법은 로컬푸드다. 로컬푸드 운동을 농산물에 국한하지 말고 축산물까지 확대해 나가야한다. 로컬푸드의 장점은 누가 어떻게 농사지었는지도 모르는 농작물을 소비하는 익명성을 걷어내고, 내가 아는 이웃이 지은 농산물을 구입함으로써 먹거리에 대한 신뢰와 안전을 보장한다는데 있다. 그런 면에서 로컬푸드의 개념을 축산물까지 확대한다면 기계식 사육방식을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이후 미국에서는 뉴욕시 등 17개 도시에서 시민들이 자기 집 마당에서 닭을 기르는 것이 허용되었다. 살충제 계란을 계기로 정부의 먹거리에 대한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사태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한데 충북도나 청주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살충제 계란사태를 계기로 지자체는 로컬푸드 운동의 확산이나 친환경 사육,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정책 연구에 더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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