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 권진원<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 승인 2017.08.24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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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권진원<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좋은 건 없을 걸~. ♬ 사랑받는~ 그 순간보다~ 흐뭇한 건 없을 걸~ …♩천만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말 사랑해~”

며칠 전 음악을 들으며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 가사에 기분이 몹시 좋아졌습니다. 크리스찬으로 특별히 성직자이기에 이 사랑이란 말은 언제나 입에 붙어 있고 그 말만 들어도 가슴 뭉클하고 뜨거워지는 단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유도 없이 마냥 좋은 말임을 새삼 느끼며 노래를 같이 따라 불렀습니다.

가요를 듣다 보면 가장 많은 주제와 가사로 아마 사랑이란 말을 일등으로 뽑을 것입니다. 사랑이 빠진 노래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이 단어가 주는 파급 효과는 지대합니다. 언급하는 것만으로 가슴 설레게 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보며 모든 것을 품을 듯 넓은 마음이 되고 무엇이나 용서할 듯 이해심을 지니게 됩니다.

사랑이 인생의 최고 목표이며 목적지인 듯 사람들은 그렇게 수없이 많이 사랑을 외칩니다.

그런데 이 좋은 말이 세상에 이렇게나 많이 언급되고 노래되는데 왜 사랑과 반대되는 일들이 넘쳐나는지….

사랑이 너무 많이 입에 오르내리어 사랑이 흔해진 듯, 사랑의 고결한 의미가 한갓 남녀 사이의 애정만을 일컫는 말로 좁게 해석되어 버린 세상처럼 보입니다.

신문 기사를 보다가 데이트 폭력과 관련된 내용을 보았습니다. 한 20대 남성이 여자친구가 커플링을 끼지 않는다는 이유로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몽둥이로 엉덩이를 수차례 때렸다는 것입니다. 2년여에 걸쳐 협박과 폭력이 이어졌다는 것인데 기사 아래에는 가해자에 대한 수많은 비난 댓글이 달려 있었습니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머리를 잡아 질질 끌고 가며 주먹과 발로 여자친구를 마구 때리고 심지어 1톤 트럭으로 치려고 까지 한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람들의 공분을 산 사건도 최근에 있었습니다. 가해자를 찾아가서 인터뷰하면 심지어 사랑해서 그랬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천만번, 억만 번 더 들어도 그 기분 좋은 말인 `사랑해'를 일상처럼 쓰는 연인에게서 이런 이들이 벌어지는 것은 참으로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LOVE를 사전에서 찾으면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답고 고귀한 말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둘 사람의 관계에서 이보다 더 예쁠 수 없는 것인데… 무엇이 사랑인지도 잘 모르면서 단지 기분 좋고 의미 있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을 말한다면 사랑이란 미명 아래에 일어나는 이런 식의 폭력은 끝이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랑에 대해서 `벗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상대를 위해서 내 모든 것을 내어놓는 삶이 바로 사랑임을 늘 가르치셨습니다. 타인의 생명을 위해 내 생명을 내어 던지는 것이 사랑인 것을 반대로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고 앗아가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폭력, 학대, 고문, 모욕과 같은 비극일 것입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성을 내지 않고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고린토 전서 13장) 사랑하는 모든 이가 이 말씀을 기억하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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