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나 희 덕
소나기가 한차례 지나가고
과일 파는 할머니 비를 맞은 채 앉아 있던 자리
사과궤짝으로 만든 의자 모양의 그림자
아직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
젖은 과일 닦느라 수그린 할머니 둥근 몸 아래
남몰래 숨어든 비의 그림자
자두 몇 알 사면서 훔쳐본 마른하늘 한 조각
# 유난히 비가 많은 여름입니다. 과일 파는 할머니가 온몸으로 맞은 비처럼 폭우가 내린 자리마다 어둑한 흉터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비의 그림자 속에서도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처럼 사람 꽃이 피었습니다.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이웃들의 뜨거운 손길은 비의 그림자도 걷어낸 희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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