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의 배신2
친환경의 배신2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7.08.23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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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요즘 몇 가지 이해하지 못할 것들이 있다. 가장 큰 의문점은 평생 몇 개의 계란을 먹어도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이다. 이 말을 믿어야 할지, 믿지 말아야 할지도 문제지만 이 말을 믿는다면 무엇하러 친환경 농축업을 할까 싶다.

`지금까지도 먹어왔는데 이제 와서 어쩌겠어'라는 자포자기 심리와 영합하면 친환경농축업의 명분은 아예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지금까지 친환경농축업을 장려하면서 쏟아부은 세금이나 친환경인증을 받으려고 낸 수수료로 누구의 배만 불렸을까 궁금해진다.

더욱이 양계업계에서는 친환경 계란을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일반 생산 계란값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친환경계란이라고 해서 더 비싼 가격을 주고 사먹은 소비자들은 또 한 번 배신감에 치를 떨 수밖에 없다.

`농피아'친환경인증기관들은 친환경인증을 남발하면서 수수료를 챙기고, 유통업자들이 유통마진을 독식하고 있을 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고서야 이런 현상이 생길 수 없다.

충청타임즈가 단독보도한 것처럼 4년 전에도 충북도내 양계장의 계분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었다는 충격적인 폭로는 그나마 실낱같은 신뢰마저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농약성분이 328개나 되는데 현재의 검사는 27개에 그치고 있는데다, 닭의 이를 없애기 위해서 친환경미생물제제를 사용하려면 일반 살충제의 8배나 비싼 돈을 주고 2주일에 한 번씩 뿌려야 한다니 살충제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어떤 이유를 댄다고 하더라도 도덕적 해이 현상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는 힘들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친환경농업에 앞장서면서 자신을 희생해온 친환경 선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먹칠하는 행위다.

사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과연 친환경농업 분야에서만 `신뢰의 배신'현상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서로 속고 속이는 게 일상화된 나라에서 사는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동물복지농장 수준의 계란만 친환경 계란으로 인증하고, 축산업 전체에 대한 개선을 약속했으니 그 정책이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국민이 단단히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안전한 농산물을 찾는 소극적인 수준이 아니라 부도덕행위나 그런 현상을 방치한 정부에 책임을 묻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다.

이미 환경단체가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전·현직 책임자를 고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3일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과 김재수·이동필 전 장관, 류영진 식약처장과 손문기·김승희 전 처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이 낸 고발장에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그들은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를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비교하면서 “정부부처가 앞장서서 문제의 발생을 부추기거나 방치했다는 점, 관련 부처가 유기적으로 협조체계를 만들기는커녕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는 점, 피해자는 방치상태라는 점 등이 두 사태의 공통졀이라고 꼬집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학습경험이 있는 국민이 이번에도 대충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판이다. 민중은 개, 돼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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