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독과점 해소가 먼저
통신비 인하, 독과점 해소가 먼저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08.21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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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공약이 집권 초기부터 갈지자 걸음을 걷고 있다.

기본료 폐지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결국 선택약정 할인율을 현재 20%에서 25%로 올리는 것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그나마 25% 할인율은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된다. 기존 20% 할인율을 받는 가입자들은 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물게 돼 사실상 최대 2년까지 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

당장 소비자단체가 반발에 나섰다.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 등은 어제 서울 을지로 SKT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택약정 25% 할인을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하는 것은 대통령의 공약 폐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의 통신비 인하 공약의 주요 골자는 크게 기본료 폐지와 단통법 개정이다. 전 가입자에게 1만1000원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고 소비자들이 단통법의 독소 조항으로 꼽는 지원금 상한제의 폐지와 단말기 가격 부풀리기를 막기 위한 분리공시 제도의 도입을 약속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공약은 난파선을 탄 분위기다.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는 사안인데다 통신사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의 가장 손꼽아 내세우는 반대 이유는 장치 산업의 특성에 따른 `지속적인 설비 투자비 부담'이다. 차세대 통신 설비 표준인 5G, 또 그 이후의 6G 시대에 대비해 늘 투자를 해야 하는 데 통신비 인하에 따른 손실이 크면 클수록 투자 여력이 감소, 결과적으로 국가 경쟁력마저 헤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나온 게 국민과 통신사 양측 아무도 만족하지 못하게 된 `신규 가입자 25% 할인율'이라는 절충안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절충안은 국민의 동의를 얻기엔 어려울 것 같다. 우선 정부 공약 이행팀은 소비자에게 부담될 과금 수치만 낮추는 된다는 식의 `숫자 놀음'에 연연해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국민은 요금 할인율 5%포인트가 적용돼 1인당 한 달에 몇천 원에 불과한 요금 인하 혜택을 바라는 게 아니다. 합리적이고 정당한, 납득할 수 있는 통신비를 내고 싶은 것이다.

국내 통신 시장은 이통 3사가 5대 3대 2로 삼분해 이익을 과점하고 있다. 3사의 휴대폰 요금 상품 체계는 `소비자 선택권이 없을 정도로' 사실상 똑같다. 해외 로밍 요금, 인터넷 요금제도 천편일률이다. 서비스도 마뜩잖다. 인터넷이 끊기면 `공유기를 바꾸라고', 해외 여행 중 로밍이 끊길 때는 `거기는 안터지는 곳이라고' 말하면서, 요금은 100% 다 받아 챙긴다.

통신 시장 최대 지배자인 SK텔레콤의 올해 매출액은 17조 3000억원, 당기 순이익은 14%인 2조4000억원이다. 유보율은 무려 4만2270%. 국내 상장업체 중 1위로 자본금(448억원)의 420배인 18조8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매년 매출액 대비 10%대의 이익금을 쌓아 모은 돈이다. 직원 평균 연봉은 1억원 대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서 묻고 싶다. 정부는 제4, 제5의 이동통신사를 설립하지 않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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