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라의 행복한 상상
아일라의 행복한 상상
  • 이헌경<진천여중 사서교사>
  • 승인 2017.08.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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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이헌경

너도나도 떠나는 휴가. 나도 떠나고 싶다. `여름'과 `휴가'가 언제부터 짝꿍이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다. 다만 푹푹 찌는 무더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함만 남아 있다. 선풍기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얼굴을 스칠 때마다 부지런히 움직이던 손가락도 이제 그 분주함을 버리고 차가운 기운이 조금이나마 전해오는 바닥에 등을 붙이고 누워 천장을 주시한다. 무언가가 떠오르길 기다리고 기다리지만, 견문이 부족한가 보다. 뉴질랜드 외에는 떠오르는 곳이 없다.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아바타'영화를 통해 보았던 광활한 자연, 천혜의 자연, 판타지적인 자연을 가진 뉴질랜드. 그곳으로 나도 휴가를 떠나야겠다. 귀여운 아일라와 함께 네이피어napier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파라솔을 기다리는 아이가 있다. 바닥에 떨어진 해바라기 씨앗에 물을 잔뜩 주며 어서어서 자라길 생각한다. `잭의 콩나무처럼 하룻밤에 쑥 커버렸으면 좋겟네'싶은 이모의 감성을 자극하는 귀여운 아일라는 뉴질랜드 북섬의 드넓은 포도밭을 가진 항구도시 네이피어에 사는 작가의 조카이다.

치열했던 십여 년의 회사 생활, 작렬하는 태양에 주체 없이 녹아내려 책상에 끈적끈적 형태 없이 들러붙어 버린 일그러진 사탕처럼 몸도 마음도 더 이상 녹아내릴 곳이 없어 현재라는 일상에서 `멈춤'단추를 눌렀다고 한다. 뉴질랜드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는 언니네를 찾은 작가는 호기심 많은 엉뚱 발랄한 조카 아일라를 보며 한국 아이들에게 아일라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는 말머리에 `하나씩 읽으며 조금씩 행복해지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작가 역시 한때 아이였고, 국문학을 전공하며 글을 쓰고 싶었지만 취업과 동시에 경주마처럼 달려온 시간이 꿈과 행복이라는 단어와 동행하지 못한 것 같다.`아일라의 행복한 상상'이라는 제목이 `송 작가의 행복한 상상'으로 와 닿았다. 어쩌면 나 역시 어린 시절의 아기자기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어린이 문학과 그림책에 심취해 있는지도 모른다.

더불어 고마운 점이 있다. 뉴질랜드 어린이의 일상적인 용어가 이야기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아일라의 일상을 우리말로만 만나면 그 느낌이 부족했을 것이다. 우리말과 영어 표기를 병행하여 자연스레 아일라가 말하는 듯, 내가 마치 뉴질랜드 어린이가 된 것처럼 따라 읽게 만들어 주었다. 자연스레 나도 영어책을 한 권 읽었다는 뿌듯함은 작가가 주는 덤.

여름과 뉴질랜드, 뉴질랜드와 자연, 자연과 아이의 상상, 상상을 통한 소소한 행복, 행복이 주는 행동력을 한 권의 책을 통해 모두 느껴본다. 독립출판을 통해 `진행 중'으로 삶의 버튼을 누른 작가의 도전과 용기를 되새겨 본다. 그리고 믿는다. 나 역시 `괜찮은 일상'을 만들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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