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이 던진 파문
살충제 계란이 던진 파문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08.20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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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 3팀장(부국장)

살충제 계란이 던진 파문이 만만치 않다.
지난 8월 1일 유럽에 유통되던 네덜란드산 계란에서 피프로닐(Fipronil) 성분이 검출되면서 먹을거리의 불안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네덜란드 가금육 사육장에서 닭 진드기 퇴치업체를 통해 피프로닐을 함유한 살충제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양계장을 폐쇄하고 수백만 개의 계란을 폐기했지만 식품 안전을 둘러싼 국가 간 분쟁 조짐도 벌어지고 있다.

유럽에서 촉발된 살충제 계란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산 달걀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으니 안전하다”는 지난 10일 식약처장의 발언은 겨우 5일 만에 뒤집혔다. 경기도와 강원도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었고, 충북지역 농장의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전국 마트에서는 계란 판매를 중단했고, 소비자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더구나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국내 계란은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가에서 생산된 것이어서 소비자들의 불안과 충격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친환경이란 명목으로 일반계란 가격보다 두 배나 비싼 돈을 주고 산데다,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친환경농가의 상반된 조사 결과는 배신감마저 들게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살충제 계란 문제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불거졌다. 좁은 철제 우리에서 알만 낳다 가공용으로 도계 처리되는 산란 닭에 대해 건강성 논란과 함께 계란에 대한 식용안전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그 당시 국내 산란 닭 사육농가들이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를 제거하려고 맹독성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흐지부지 넘어갔다.

관리감독 당국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런 위험성을 알면서도 국내에서 생산된 계란에 대해 잔류물질 검사를 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권이 바뀌어 정치권에서는 네 탓 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관리감독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살충제 계란의 공포로 가정의 밥상은 물론 음식점에서도 계란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계란이 사라졌다고 식탁에서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알고도 먹고 모르고도 먹어야 할 정도로 계란은 인류의 식탁을 점령한 지 오래다. 수많은 과자와 빵, 마요네즈 등 여러 식품의 재료로 사용되는 계란은 또 다른 먹을거리 문제를 낳고 있다.

이번 사태가 터진 후 오스트리아 식품안전청은 지난 14일 계란을 원료로 한 제빵 제품 등 80개 먹을거리를 임의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조사한 제품 중 25%인 18개 상품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이다. 셀 수 없이 많은 계란의 사용처를 생각하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일 살충제 성분을 섭취한 셈이다.

국제보건기구(WHO)도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 파문이 일자 피프로닐을 과다 섭취할 경우 간장·신장 등 장기가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피프로닐은 계란을 삶거나 높은 온도로 요리해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인체의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을 정도이고 보면 계란이 던진 파문은 공포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인류의 식탁이 불안해진 이유는 외식문화의 급성장과 극자본주의의 팽창을 들 수 있다. “21세기 신은 자본이다”라는 어느 역사학자의 말처럼 좁은 우리로 황금알을 얻으려는 사육 문화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식탁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8일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에 대해 일반적 소량 접촉 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불안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가라앉히기엔 부족하다. 이번에야말로 국민의 안전한 먹을거리 확보를 위해 통합 관리가 시급하다. 정부의 철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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