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에서 청렴을 꿈꾸다
‘비밀의 숲’에서 청렴을 꿈꾸다
  • 이정윤<청주시 세정과 주무관>
  • 승인 2017.08.2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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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이정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비밀의 숲'을 아주 재미있고 인상깊게 보았다. 특히 범인을 사주했던 극 중 검사장 출신의 민정수석 이창준이 투신하며 남긴 유서의 내용은 이 드라마를 픽션이 아닌 현실로 인식하게 하고 공직자의 청렴, 부패의 연결고리에 대해 생각하게 하면서 깊은 여운을 남겼다.

유서에는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사회 해체의 단계”라고 시작해 “부정부패가 해악의 단계를 넘어 사람을 죽이고 있다. 이제 입을 벌려 말하고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장막을 치워 비밀을 드러내야 한다. 나의 이것이 시작이길 바란다”라고 적혀 있었다.

극 중 민정수석은 누구보다도 정의롭고 공정한 법 집행을 꿈꾸는 검사였다. 그러나 재벌가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면서 장인의 기업 이익을 위한 도구로 쓰이며 점점 부패해 갔다. 그러나 그는 결국 재벌의 끄나풀이 아닌 모든 걸 폭로해 검사로서의 명예를 지키자는 선택을 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극 중 장인은 자신은 평생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데 헌신했다며 자기를 구속하면 대한민국의 경제가 무너진다고 겁박했다.

그러나 돈이 권력을 크게 흔들 수 있는 곳, 부패가 만연된 나라에서는 결코 경제성장을 이룰 수도,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갈 수도 없다.

필리핀의 경우만 하더라도 1970년대까지 아시아의 경제를 이끄는 경제 선도국가이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창설을 주도한 국가였지만 이후 마르코스 정권하에서 정경유착이 심화하면서 경제구조가 왜곡화되고 비효율적인 경제정책이 수립되면서 2016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4000달러도 안 되는 후진국 경제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 부패지수가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반면 좁은 국토와 부족한 천연자원으로 1965년, 세계의 우려 속에 독립한 싱가포르는 리콴유의 탁월한 정치력과 현실 감각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한편 정권 초기부터 청렴 정부를 운영 원칙으로 삼아 아시아에서 가장 부정부패가 적은 나라로, 지금은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달러를 넘는 아시아 최고의 부유한 국가를 이뤄냈다.

국민 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나라는 세계 26개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3만 달러 이상이 됐을 때 국가는 경제적 사회적으로 안정권에 이르며 웬만한 충격에도 사회가 혼란스럽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6년 2만 달러 달성 이후 2016년 2만7000달러까지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여러 경제적 난관과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부패문화도 한몫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해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일명 `김영란법'인 이 법은 지금 우리 사회의 오래된 관행과 습관, 문화를 바꾸는 데 목적이 있다. 단순한 형사법적인 처벌 문제에 집착하기보다 근본적으로 부패문화를 바꾸는 데 역점을 두고 제정된 법이다.

이 법을 기초로 해 공직사회에 청렴의 문화가 꽃피우고 사회 전반으로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이런 청렴한 세상 위에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하고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진입하길 바란다. 다시는 우리 공직사회에 이창준과 같은 비밀 숲 속의 괴물이 나타나질 않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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