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돼지 동물복지 사육 `남 얘기'
한우·돼지 동물복지 사육 `남 얘기'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7.08.20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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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살충제 계란 파동… 갈 길 먼‘동물복지’

(상) 소·돼지도 떨고 있다

증평영농조합 산란계 동물복지농장 계란 주문 쇄도

이재동 대표 “안심 먹을거리 제공 … 수십년 노력 인정”

충북지역 돼지 1985마리만 동물복지 사육 … 소 전무

소비자 친환경농축
▲ (왼쪽) 이재동 증평영농조합 대표가 산란장에서 계란을 꺼내고 있다.

살충제 계란'파동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닭에는 사용 자체가 금지된 성분까지 검출되고, 친환경인증을 받은 계란에서 무더기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친환경농업 근간이 흔들릴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충청타임즈는 `살충제 계란'사태의 문제점과 대책에 대해 3회에 걸쳐 살펴보기로 한다.

증평군 증평읍 증천리에는 증평영농조합(대표 이재동·75)이라는 산란계 동물복지농장이 있다. 이곳은 지난 1969년부터 농업인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농축업을 하는 곳이다. 수십 년의 세월이 묻어 있는 낡은 건물들 사이로 닭들의 울음소리가 거창하다.



# 산란계 동물복지농장 구입문의 쇄도

이곳은 충북에 있는 24개 산란계 동물복지농장 중 하나다. 닭들이 가로 3m, 세로 5m 정도 되는 닭장에서 수십마리씩 모여 살고 있다. 횃대도 있고, 산란장도 따로 있다.

당연히 이곳은 항생제를 쓰지 않고, 살충제도 없다. 생산된 계란은 하루 평균 150판(30알)씩 전량 한살림에 공급된다. 계란에 생산농가번호를 쓰는 1200만원짜리 기계와 저온보관창고까지 있다. 모두 6개 동에 1만1400마리나 있지만, 특유의 닭 냄새도 나지 않는다.

이 대표는 “닭이 돌아다니고 흙 목욕을 하면서 진드기를 털어낸다”면서 “짚도 깔아주고, 여기서 난 계분은 바로 옆에서 유기농 벼재배에 사용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요즘 살충제 계란 때문에 주문전화가 빗발치지만 생산이 달려 공급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닭도 행복하고, 소비자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결의로 수십 년 동안 노력해왔는데 이제라도 인정을 받는 것 같아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 한우·돼지 동물복지사육 `거의 제로'

그러나 도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동물복지농장의 산란계는 24곳에서 30만1950마리밖에 안된다. 충북도가 집계한 현재 83개 농가의 산란계 사육두수 456만 마리의 6.5% 불과하다. 그런데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운영하는 친환경농산물인증시스템에 등록된 친환경인증 산란계 마릿수는 52개 농가에서 493만8267마리나 된다. 통계가 뒤죽박죽이다.

게다가 동물복지농장에서 키우는 소나 돼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충청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한·육우의 도내 전체 사육 마릿수는 20만 1511마리다. 이중 친환경 사육두수는 전체의 26.0%인 5만2444마리지만 동물복지로 키우는 소는 없다. 돼지는 전체 60만8163마리중 친환경 16만2445마리(26.7%)이며, 동물복지 사육두수는 도내에 단 한 곳에서 1985마리를 키울 뿐이다.



# 소비자 “친환경 안 믿는다”

이런 상태에서 사실상 친환경농가의 `양심'에만 맡겨져 있는 친환경농축업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소와 돼지 등의 친환경축산물 전체에 대한 소비 위축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커졌다.

이미 지난 6월에는 괴산의 한 유기농퇴비업체 대표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괴산경찰서는 함량 미달의 유기농 퇴비를 만들어 판매한 혐의로 괴산의 한 유기농업체 대표를 구속하고 22명을 불구속입건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에는 도내 한 업체가 일반사료를 먹인 돼지를 약초 성분의 친환경사료를 먹인 돼지로 속여 일반 돈육보다 비싼 가격으로 학교급식에 납품했다가 정부합동단속에 적발되기도 했다.

청주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이모씨는 “친환경제품이라고 해서 비싼 가격에도 사먹었는데 우롱당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면서 “앞으로는 친환경농축산물이라고 해도 믿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안태희기자

antha@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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