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적인 도덕률
칸트적인 도덕률
  • 이영숙<시인>
  • 승인 2017.08.20 19:42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엿보기
▲ 이영숙

사람의 발길이 드문 작은 섬, 검푸른 미역이 빨래처럼 걸린 자그마한 해안 마을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한낮에는 은빛 햇살 내려와 공기놀이하고 어스름 드리운 밤엔 카시오페이아, 안드로메다, 페르세우스, 큰곰자리가 머리맡에서 반짝이는 외나로도, 이곳은 문명의 바람이 덜 스민 청정한 곳이다.

스르륵 자갈을 빗고 드나드는 파도 소리를 따라 해안으로 나왔다. 끝없이 펼친 수평선 너머로 그리운 이미지가 어룽거린다. 고향 집 빨랫줄에 하늘거리던 어머니의 해진 월남치마처럼 너울대는 바다, 바다는 어머니의 품이다. 가장 낮은 곳에 있으면서도 가장 넓은 가슴으로 주변을 아우른다. 이 땅의 어머니들은 생명을 품던 궁전이 있어 죽어서도 바다가 되어 세상을 살리신다. 세상의 모든 추악(醜惡)을 말없이 품고도 쪽빛 바다를 유지하는 건 그 안에 소금 씨를 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바다는 표리일체를 보여주는 칸트적인 도덕률을 지녔다. `밤하늘에 총총 떠 있는 별'과 `마음속 양심'코드를 경애한 임마누엘 칸트의 도덕성이다.

해안가 평상에 앉아 먹을 것을 나누는 섬 주민들의 아름다운 인정이 눈에 띈다. 처음 보는 내게도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찰옥수수 한 자루를 건넨다. 오랜만에 느끼는 따뜻한 인정에 눈물이 왈칵 고인다. 얼마 전 돌아가신 어머니와 비슷한 연배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끼니때 앞마당을 지나는 사람이 있으면 불러서 밥상을 같이 했다. 우리 동네가 담당구역인 집배원은 나보다 서넛 위인데 누런 알루미늄 도시락에 밥만 싸 들고 다니다가 어머니가 데워준 따뜻한 국물에 허겁지겁 밥을 말아 먹곤 하였다.

힘들게 삶을 살아본 어머니들은 춥고 배고픈 이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넉넉히 나누는 인심은 높은 곳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군 장성까지 갑질 논란으로 삭막한 바람을 일으키는 이때, 종편 방송의 `한 끼 줍쇼'프로그램은 많은 의미를 상징한다. 느닷없는 식객을 맞이하여 이것저것 식자재를 털어 따뜻한 밥상을 차려내는 어머니들, 부족하다 여긴 마음에 부끄러워하며 하나라도 더 내어주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일반적인 시민들의 인심이며 도덕성이다.

대체로 아흔아홉을 가진 사람들에게선 발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천국은 가난한 자들의 것이라고 했다. 이 땅에서 취한 모든 것들은 땅의 소산일 뿐이다. 제 몸조차 제 것이 아니라서 덩그러니 놓고 떠날 가벼운 운명인데 한 치 앞을 모르는 아귀다툼들이다. 역사의 수레는 가난하지만 정직한 사람들에 의해 굴러간다. 자신에게조차 엄격한 사람들, 자기 검열이 강한 사람들이 굴리는 역사이다. 하나를 가진 사람들은 다른 하나를 탐내지 않는다. 가진 하나에서 반을 떼어 두 개로 만들어내는 사람들, 그들은 그 행위조차 오른팔에 알리는 명분주의자가 아니다.

점점 물화되고 기계화하는 감각적인 이 세상에서 종교가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각계의 대표로 세운 이들이 그 본분을 다하지 못하는 가운데 법망은 옻나무처럼 사람에 따라 넓어지고 좁아지는 희한한 세상이다.

그러나 칸트적인 도덕률로 사는 소금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이 정도로 굴러간다. 3%의 소금이 바다를 푸르게 하고 하나를 둘로 나누며 중력의 원리를 따르는 갈릴레오들이 있는 한 `그래도 지구는 돌'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산 2017-08-20 22:28:48
과학을 탐구하는 중요한 수단은 실험 계측과 수학 계산인데 그 2가지 수단에서 모두 오류가 발생하므로 과학 이론에도 흠결이 존재한다. 하나의 이론이 올바르다면 우주의 기원과 운행을 모두 설명할 수 있으므로 다른 이론이 필요 없는데 고전물리학과 현대물리학이 상호보완하면서 공존하는 이유는 두 이론에 모두 흠결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이론은 우주의 모든 현상을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지 못한다.

이산 2017-08-20 22:27:40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180도 뒤집는 혁명적인 이론으로 우주와 생명을 새롭게 설명하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는데 과학자들이 반론을 못한다. 이 책은 서양과학으로 동양철학(이기일원론과 연기론)을 증명하고 동양철학으로 서양과학을 완성한 통일장이론서다. 이 책은 우주의 기원과 운행을 포함해서 자연과 사회의 모든 현상을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로 융합한 통일장이론으로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