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에듀 (local education)
로컬에듀 (local education)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7.08.1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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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로컬푸드(local food)'라는 말은 이제 익숙하다. 로컬푸드 운동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함으로써 농산물이 생산지에서 소비자의 밥상에 이르기까지의 거리, 즉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를 줄이는 운동이다. 이렇게 농산물의 이동거리를 단축하면 식량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여 환경에 기여하고, 먼 거리 운반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방부제 처리나 영양 손실 등을 막아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게 된다.

여기에서 착안한 `로컬에듀(local education)'는 지역이 교육을 스스로 책임지는 지역교육공동체를 꿈꾸는 운동이다. 전라북도 교육청 추창훈 장학사가 도입한 `로컬에듀' 개념은 지역의 모든 사람이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학교를 지원하고, 학교는 창의적인 교육과정의 운영과 참된 성장을 지원하는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도시의 학교로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로컬에듀' 추진단계는 6단계이다. 1단계;지역의 교육철학과 방향에 대한 지역전체의 토론과 합의를 바탕으로, 2단계;아이들이 타지로 떠나지 않고 지역학교에서 성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3단계;지역사회와 지자체가 학교에 필요한 부분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4단계;학교(교사)는 교육의 본질인 교육과정운영과 수업에 집중하면, 5단계;아이들은 진로와 진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고, 6단계;이는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되며, 나아가 지역의 발전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추창훈, 2017).

지금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서도 작지만 활발한 지역교육공동체운동이 일고 있다. 이 운동은 날로 줄어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입학생 수에서 비롯됐다.

1983년 미원면의 인구는 1만1623명, 미원중학교 입학생 수는 408명이었다. 그런데 30여년이 지난 2017년 미원의 인구는 5348명인데, 중학교 입학생 수는 24명에 불과하다. 인구는 54%가 줄었는데 비해 중학교 입학생 수는 95%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농촌지역의 심각한 노령화와 인구절벽현상을 실감케 했다. 주민들은 이 상태로 조금만 더 지나면 이 지역에서 학교가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섰고, 학생 수가 줄어 학교가 문을 닫는 것은 곧 마을이 쇠퇴하는 것이라는 자각도 있었다.

뜻을 같이 하는 몇몇 사람이 모여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지역과 교육공동체 여러 곳을 둘러보면서 학교가 살면 마을도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래서 지역사회와 학교가 힘을 모아 학교를 살리고 지역을 살리자는 결의를 다졌다. 그들이 꿈꾸는 것이 바로 `로컬에듀' 운동이다. 지역사회와 학교가 협력하여 누구나 꿈꾸는 행복한 학교교육을 실현하여 아이들이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지역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느껴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공동체 운동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가장 큰 과제는 얼마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함께하느냐이다. 학부모가 아닌 노령의 지역 주민들에게 학교를 살리자, 교육을 살리자는 운동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념과 세대를 뛰어넘어 어떻게 주민들을 설득해내느냐가 이 운동의 성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 한 가지는 예산문제이다. 지역교육공동체가 꿈꾸는 일을 해나가자면 주민들의 자발적인 회비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충북교육청이 지자체와 함께 추진하는 행복교육지구사업은 두 기관이 각각 2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원교육공동체는 면단위 지역의 주민 조직이라는 성격 상 교육청이나 지자체의 예산을 지원받기가 쉬운 구조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교육공동체의 공식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무엇을 얻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들이 바쁜 농사시간을 쪼개고, 생업을 미루고, 자신들의 경비를 들여 아이들을 위해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그들의 꿈 때문이다. 학교교육을 바로 세워 마을을 살려내서, 지역의 아이들이 살기위해 마을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살기위해 돌아오는 마을을 만드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학교를 바로세우기 위해, 지역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충북교육청과 청주시가 눈여겨보고 확산해야할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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