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과 실제
관찰과 실제
  • 권재술<물리학자·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7.08.1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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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재 술

물리학자·전 한국교원대 총장
▲ 권재술

관찰이란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을 우리의 오감을 통해서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찰하는 행위와는 무관하게 사물은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이 세상은 내가 태어나기 전에 존재했고, 내가 죽고 난 뒤에도 존재한다. 이 세상의 존재는 나와는 무관하다. 내가 무슨 짓을 하든지 이 세상이 달라질 것도 없고, 내가 무슨 짓을 안 한다고 세상이 달라질 것도 없다. 해와 달과 별, 산과 들과 강, 이 모든 것이 나와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이고, 나로 인하여 이들의 존재에 무슨 영향이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과학자는 이 확고하게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이 세상을 잘 관찰하여 이 세상이 어떻게 운행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은 확고한 법칙에 따라서 운행되고 있을 것이므로 그 법칙을 찾아내는 것이 과학자의 사명이다. 이것이 양자역학이 나오기 전까지 과학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확고한 믿음이었다.

그런데 양자역학이 나오면서 이런 믿음은 허구라는 것이 밝혀지고 말았다. 허구라니! 그러면 내가 여기 꽃 한 송이를 보고 있는데, 내가 보기 전에는 이 꽃은 꽃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놀랍게도 양자역학에서는 “그렇다”고 주장한다. 꽃 얘기가 나오니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여기서 `이름을 부른다'를 `본다(관찰한다)'로 바꾸어 보자.



내가 보기(관찰하기) 전에 / 꽃은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보았을(관찰했을) 때 / 그것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렇게 고쳐놓고 보면 김춘수의 시는 놀랍게도, 시(詩)와는 우주적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물리학의 양자역학적 진실을 말하는 것 같다. 다만 `몸짓'이라는 말이 지극히 시적인 표현이라서, 과학적인 용어로 바꾼다면 `중첩된 상태'라고나 해야 할까? 아무튼 몸짓이 몸 자체는 아니다. 몸짓이 물질적 실체는 더더욱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몸짓은 양자론에서 말하는 중첩된 상태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없지 않다.

아무튼 관찰대상은 관찰하기 전에는 실재하는 상태가 아니다가 관찰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비로소 세상에 실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예화에서와같이 상자의 뚜껑을 열기 전에 고양이는 죽은 상태와 산 상태가 중첩되어 있다가 상자의 뚜껑을 여는 것과 동시에 살았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하나의 상태로 확정된다. 삶도 아니고 죽음도 아니고 삶이기도 하고 죽음이기도 한 상태, 삶과 죽음이 뒤섞여 있는 상태가 고양이를 관찰하기 전의 고양이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다가 뚜껑을 여는 순간 산 상태로 발견되기도 하고 죽은 상태로 발견되기도 한다. 뚜껑을 열었을 때(관찰을 하는 순간) 고양이의 삶과 죽음이 중첩되어 있는 상태는 사라지고 살았거나 죽은 둘 중의 하나의 상태가 현실이 된다. 믿기는 어려울 것이다. 믿어진다면 당신은 바보거나 아주 대단한 천재거나 둘 중 하나다.

관찰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물을 보는 소극적 행위가 아니다. 관찰은 관찰 대상에 개입하여 대상을 바꾸고 만들어내는 적극적 행위다. 관찰자는 관찰 대상으로부터 다시 관찰되기도 하는 존재다. 관찰자가 관찰 대상이 되고 관찰 대상이 관찰자가 되기도 한다. 양자역학이 나오면서 이 우주는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연결되어 있는 우주, 상호 소통하는 우주, 동참하는 우주다.

이제 나는 우주 밖에서 우주를 보는 존재가 아니다. 나는 우주의 바깥에 머물러 있는 존재가 아니라 우주 속에서 우주를 만들어가는 존재다. 내가 곧 우주고 우주가 곧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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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tks 2017-08-17 21:30:28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180도 뒤집는 혁명적인 이론을 제시하면서 그 이론에 반론하면 5천만 원의 상금을 주겠다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는데 과학자들이 반론을 못한다. 이 책은,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로 융합한 통일장이론으로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본질을 밝히고, 자연과 사회의 모든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서양과학으로 동양철학(이기일원론과 연기론)을 증명하고 동양철학으로 서양과학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