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잔치
환갑잔치
  • 임도순<수필가>
  • 승인 2017.08.1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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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도순

예전부터 육십갑자로 연도를 표시하고 있다. 십간과 십이지를 조합하면 60주기로 되어 있어 태어난 해가 다시오면 환갑이다. 세상에 태어나 예순한 번째가 되는 해이다.

80년대까지는 환갑이 되면 장수를 축하하는 잔치를 열었다. 가족 친지는 물론 지인들을 초청하여 풍성하게 차린 음식을 나누고 마음에 새기게 하였다. 오래 살았다는 증표로 표시되는 날로 기념하고 흔적을 남기었다.

요즈음은 잔치 날이 바뀌었다. 장수시대가 되니 환갑은 잔치에서 아주 멀어졌고 아기들 백일과 돌잔치는 당연하게 하는 행사로 되었다. 공개된 자리에서 가족 친지와 지인을 모시고 환갑 행사를 하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는다. 그동안 삶에서 주가 되었던 어른들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아이들 위주로 생활의 형태가 변하였다.

올해에 아내가 환갑을 맞았다. 가족과 함께 기념 여행을 갔다 오고 날을 잡아 형제들과 축하연이, 처가와 친가에서 펼쳐졌다. 그게 끝이 아니다. 동창들과 기념 여행을 다녀오고 친구들이 별도로 불러 축하하고 지인들이 식사자리를 마련하여 함께 하였다. 예전 같으면 한 번에 끝나는데 시도 때도 없이 행사는 이어졌다.

잔치를 하지 않으니 여러 번의 축하 자리가 더 어렵다. 환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면서 간소하게 치러 질 줄 알았는데 번잡하기는 그만이다. 조용히 지나가려니 아쉽고 내놓고 치루려니 눈치가 보여, 알게 모르게 조용조용 치루는 것이 더 복잡하고 부담이 된다.

논어(論語)의 위정편(爲政篇)에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본다.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관습을 뛰어넘으려니 부작용이 나타난다. 옛것을 버리기보다는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 변화를 따르는 일보다 더 중요 할 수 있다.

문제는 장수일까? 평균 수명이 80세 내외로 되니 환갑 정도 나이쯤은 무시가 되는 추세다. 환갑잔치가 어색하다 보니 칠순과 팔순을 기념하는 행사도 덤으로 묻어 넘어간다. 누림을 포기하는 어른이 더 문제고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자녀도 생각해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돌, 백일잔치는 내 놓고 하고 환갑잔치는 숨어서 하는 모양새가 모순이다.

누구를 위한 잔치인가. 태어나서 백일, 일 년이 된 아기는 기억을 못 하는데 어른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그들만 신이 난다. 아기는 어릿광대가 되어 잔칫날을 보낸다. 평상시와 다른 환경에서 힘들고 어려운 하루를 보내는데 과연 즐겁기만 할까.

사라져 가는 환갑잔치를 가족 친지의 모임 자리로 만들면 어떨까. 명언 달력에 “뭔가를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는 사람이 있다.”라는 글을 보며 희망을 품는다. 잊혀가는 환갑잔치를 좋은 면만 유지하면 어떨까. 가족과 친한 친구가 함께하여 축하하는 자리로 변신한다면 전통도 살리고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급박하게 변화하는 사회지만 지킬 건 지켜야 한다. 아기의 기념일이 중요하면 어른의 기념일도 중요하다.

한평생을 가족을 위하여 열심히 살아온 어른들이다. 이제부터 라도 어른들의 잔치가 당연하게 추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말만 어른은 안 된다.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을 중심에 바로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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