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오후
가을 오후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08.16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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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도 종 환

고개를 넘어오니
가을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흙빛 산벚나무 이파리를 따서 골짜기 물에 던지며
서 있었다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느냐는 내 말에
가을은 시든 국화빛 얼굴을 하고
입가로만 살짝 웃었다
웃는 낯빛이 쓸쓸하여
풍경은 안단테 안단테로 울고
나는 가만히 가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서늘해진 손으로 내 볼을 만지다
내 품에 머리를 기대오는 가을의 어깨 위에
나는 들고 있던 겉옷을 덮어주었다
쓸쓸해지면 마음이 선해진다는 걸
나도 알고 가을도 알고 있었다
늦은 가을 오후

# 기세등등하던 뙤약볕도 바람에 밀려난 걸까요. 바람에 가을이 깃들어 있습니다. 폭염이 다시 올 거란 소식도 들리지만, 한풀 꺾인 이 더위를 넘어서면 누이를 똑 닮은 국화꽃도 얼굴을 내밀겠지요. 시나브로 찾아오는 계절의 순환 앞에서 서늘한 가을을 먼저 어깨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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