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오다니
친환경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오다니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7.08.16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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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광복절 아침에 벼락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시중에 유통되는 계란에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모든 양계농가의 계란출하가 중단됐다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소비자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고, 당장 냉장고 속에 있는 계란을 먹어야 할지, 버려야 할지 혼란에 빠져들었다.

더욱이 `살충제 계란'이 경기도의 한 농가뿐만 아니라 전국 여러 곳에서도 잇따라 나오면서 이제는 안전하게 먹을게 없겠다는 절망감에 빠지고 있다.

소비자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친환경 무항생제 계란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무항생제'나 `친환경'등의 딱지가 붙은 제품은 보통 제품보다 비싸지만 인체에 무해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소비자들의 손길을 받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제품 일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으니 30개들이 한판 값과 비슷한 10개짜리 친환경 계란을 사는 소비자들로서는 큰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자녀들에게 보다 안전한 계란을 사준 것들이 오히려 그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제품이었다면 그 충격과 자괴감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경험이 분명히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게 `가습기 살균제'사건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가습기의 분무액에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로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폐질환에 걸린 사건으로 지난 2012년 10월 8일 기준 영유아 36명을 포함한 78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뿐만 아니라 평생을 고통 속에서 지내야 하는 피해자들도 많은 이 사건 또한 인체에 유해한 살균제 성분을 옥시레킷벤키저 등 국내외 업체들이 사용한 것이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16일에는 청주시의 친환경 학교급식 업체인 A생활협동조합 전 직원들이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화장실과 비닐하우스 등에서 손질된 비위생적인 당근과 양파가 학교에 납품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생활협동조합 대표가 기자회견을 한 전 직원들을 고소함에 따라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런 문제 제기 또한 `신뢰의 위기'를 가속할 것이다.

살충제 계란 사태에 따른 `신뢰의 위기'는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할 것이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양계농가뿐만 아니라 정부도 친환경시스템을 확고하게 구축해야 한다. A4 한 장 크기의 철제닭장에서 날개도 못 펴고 알을 낳는 닭들이 병해충에 걸릴 위험이 높은 상태에서는 이번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수 없다.

닭을 우리에 가두지 않고 키우는 농가에 대한 지원 등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만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대책도 오랜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믿을만한 제품을 구매하는 능력 또한 스스로 길러야 한다.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서 먹을거리를 선택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믿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업체나 농가를 서로 소개하고, 직거래하는 이른바 `소비자 주도 친환경 로컬푸드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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