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가 그린 한국전의 대학살
피카소가 그린 한국전의 대학살
  • 강석범<한국교원대학교부설고 교사>
  • 승인 2017.08.1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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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 강석범<한국교원대학교부설고 교사>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이래 대한민국을 둘러싼 정치적 이슈가 요즘처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았던 적이 또 있을까?

북한군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BRM)인 `화성-12'4발로 미군 기지가 있는 괌을 포위 사격하는 방안으로 미국을 협박하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미국과 북한 간에 거친 대화가 오가는 바람에 한반도 위기 지수가 급격히 높아진 게 사실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일이겠지만 실제 전쟁이 일어나서도 안 되고 또 `전쟁'이란 단어를 놓고 벌어지는 현실도 푹푹 찌는 여름 날씨만큼이나 답답한 일상입니다.

우리가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인기 작가 중 한 명인 `피카소'는 살아생전 많은 작품을 제작한 작가로도 알려졌고, 특히 전쟁과 관련해 `게르니카'란 명작을 제작한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게르니카는 스페인 내전에 관한 그림인데, 당시 56세였던 파블로 피카소는 게르니카가 독일 전투기에 폭격당했다는 뉴스를 들은 뒤 분노에 차서 이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에는 죽은 아이를 안고 우는 어머니, 쓰러진 사람들, 황소, 말, 불타는 건물 등의 여러 요소가 배치되어 전쟁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름이 `게르니카'일 뿐 전쟁이나 내전으로 고통 받는 현재 지구상 세계 어느 나라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어린아이를 잃고 우는 어머니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세계 어느 곳에서 일어나든 마찬가지의 고통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에 대한 그림으로 피카소는 우리나라와 관련된 전쟁그림도 남겼습니다. 슬프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지만, 당시 세계적인 거장은 `한국전의 대학살'(제목은 해석에 따라 차이가 있음)이란 작품을 그렸습니다. 피카소의 화상인 다니엘 앙리 칸바일러는 이 작품을 보고 `인류애적 동정심'으로 충격적인 작품이라고 평했습니다. 이 작품은 북한의 군대가 38선을 넘어 남침해 수도 서울을 장악한 후 남한에 미군이 개입하게 되자 당시 피카소가 얻은 영감을 작품으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바스크 지방의 한 작은 마을의 참상을 고발했던 `게르니카' 이후 또 한 번 폭력의 참상에 대해 `분노한 피카소'의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게르니카'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전의 대학살'도 밝은 금속성 회색을 주조로 하여 노랑과 녹색이 연하게 채색된 일종의 단색조의 그림으로 그려졌습니다.

이 그림에서도 죄 없는 희생자들이 적의 공격 앞에 아무런 대응도 못 한 채 쓰러져 죽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면은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모습이며 로봇으로 표현된 비정한 감정의 인간들이 벌거벗은 남녀의 무리를 향해 총격을 가하고, 아이들이 겁에 질려 뛰어 도망가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치열한 정쟁의 현실 속에서 피카소의 작품 `한국전의 대학살'그림이 파리의 피카소 박물관에 작품으로 전시되어 있다는 사실이 먹먹한 아픔으로 다가오는 2017년 여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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